반도체 솔루션 '생태계' 품기 위한 야심도 차질
이종사업 M&A 통한 시장재편 일시 소강에도
내년 반도체 기업 영토 확장 시도 본격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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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엔비디아의 ARM 인수 작업이 가로막히며 인수합병(M&A)을 통한 반도체 시장 재편이 일시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ARM을 통해 솔루션 시장을 접수하려 했던 엔비디아의 복안은 내년 이후에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 행보에 꾸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며 반도체 쓰임새와 필요성이 무한한 확장을 예고하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외신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제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FTC는 미국의 대표적인 반독점 규제 기관이다. 재판이 열리는 내년 8월까지 인수 작업엔 제동이 걸렸고, 경쟁 반도체 기업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다.
미래 산업에 필요한 모든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꿈꾼 엔비디아의 야심은 규제에 발목이 잡히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ARM 인수전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인 ARM을 400억달러(한화 약 47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해 AMD가 자일링스 인수 작업에 뛰어든 것을 포함해 관련 업계에선 반도체 시장에서 이종 사업 간 결합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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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체 중 시장 변화에 가장 발빠르게 대처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데이터 시대 접어들어 한계에 봉착한 중앙처리장치(CPU)를 대신해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심 가속기 시장을 개척하며 게임에서 데이터센터로 영토를 확장했다. 이후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까지 확장해 최근엔 종합 컴퓨팅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엔비디아에 있어 ARM 인수는 미래 반도체 시장의 전방위적 솔루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 거래였을 것이란 평이다. 이는 데이터 시대 이후 엔비디아의 고객사로 자리잡은 빅테크의 행보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 수년 동안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소위 '하이퍼스케일러'는 인텔도 엔비디아도 제공할 수 없는 자체 솔루션 개발을 위해 ARM 코어 기반 자체 프로세서 칩과 서버를 개발해왔다. 애플의 경우 지난해 ARM 코어를 기반으로 자체 설계한 CPU M1 칩을 공개하며 '애플 실리콘' 시대를 열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시장을 세분화하고 특화 제품을 내놓으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려고 해봤자 ARM의 오픈 플랫폼을 활용해 자체 제작한 반도체를 대체하긴 힘든 구조"라며 "이밖에 엔비디아가 강점을 보이던 시장에서도 구글의 'TPU'나 테슬라의 'D1' 칩과 같은 독립이 일어나다 보니 ARM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고 고객사를 확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불발로 마무리될지 현재로선 불확실하지만 M&A를 통한 반도체 시장의 재편은 당분간 일시 휴전 상태에 돌입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영토 확장 시도는 점차 늘 수밖에 없다. 내년부턴 자율주행 모빌리티 경쟁 이외에 메타버스로 대변되는 디지털 전환 추세가 한층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쓰임새가 다양해지는 만큼 반도체 솔루션에 대한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공식석상에서 내년 여름 자율주행 자회사 '모빌아이'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밝혔다. 모빌아이는 인텔이 4년 전 약 150억달러(한화 약 17조7000억원)에 인수한 이스라엘 자율주행 전문 기업이다. 인텔은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뒤 차량용 반도체 시장 대응 계획 등을 밝힌 바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방미 이후 일대 변화를 예고한 삼성전자도 내년 이후 글로벌 고객사와 협업 강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빅테크의 XR 기기 출시로 스마트폰과 PC를 대체할 새로운 기기 환경을 모색하면서 반도체 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