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지분 보유' NH證 입김 셀 듯…상근감사 자리에도
업비트 의존도는 부담…본업 성장성에 의문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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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증권사들과 접촉점을 늘리면서 기업공개(IPO)를 곧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메가 딜'이었던 카카오뱅크를 이을 인터넷전문은행 상장 인데다, 기업가치가 8~1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상장이 예상되는 '빅 딜'들이 대부분 시장에 소화된 상황에서 '딜 파이프라인'을 위해서라도 케이뱅크 상장은 놓칠 수 없다는 평가가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벌써부터 주요 증권사들은 사활을 걸고 영업에 달려드는 모양새다.
물론 우려는 있다. 케이뱅크는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계좌 제휴를 맺은 덕에 올초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 다만 본사업인 여·수신 확대는 여전한 과제이고 신사업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업비트와의 제휴가 종료되면 케이뱅크의 성장세가 한 풀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1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케이뱅크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접촉해 상장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미 다수의 증권사들이 케이뱅크를 상대로 영업을 진행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상장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상장 추진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다만 본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입찰제안요청서(RFP) 배부'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러 증권사들이 케이뱅크를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해왔다"라며 "다만 RFP가 바로 나올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으며, 내부적으로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라며 "다만 시장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맞춰져야 하는 부분이라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주주인 NH투자증권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일찍이 제기된다.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 출범 이후 지분을 꾸준히 보유해온 주주다. 올해 중순 진행된 1조25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이후를 기준으로 NH투자증권의 지분율은 4.84%가량이다. 이에 더해 케이뱅크는 상근감사 자리에 NH투자증권 출신 인사를 앉히고 있다. 그간 김대영 전 NH투자증권 금융플러스본부장, 박대영 전 NH투자증권 경영전략본부장, 이강신 전 NH투자증권 수석부사장을 상근감사로 선임해왔다.
카카오뱅크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추진 당시, 카카오뱅크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은 상장 주관사 선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알려져있다. 한국투자증권 실무진이 상장 과정에도 일부 관여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케이뱅크도 주관사 선정 등에 NH투자증권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사례를 참고한다면, 케이뱅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NH투자증권의 눈에 들어야 주관사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리그테이블(League Table) 상에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증권사들을 위주로 주관사단을 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 업황이 개선되며 피어그룹(Peer Group)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동종업계 종목의 주가가 상승세인 건 호재다. 근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금리인상 기조가 확산되며 은행업 전반에 깔렸던 '수익성 악화'라는 먹구름은 걷혀가는 분위기다. 케이뱅크로서는 상장 적기인 셈이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흥행도 케이뱅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해외 시장에 상장한 금융 플랫폼 업체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에 기반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던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 기업가치의 2배인 30조원을 기록 중이다. 카카오뱅크의 PBR(6~7배)을 케이뱅크에 적용하면 예상 시가총액은 10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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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케이뱅크의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케이뱅크는 2017년 출범한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그러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로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부터 대출 영업을 재개했고 업비트와도 제휴를 맺었다.
케이뱅크의 성장은 무엇보다 업비트와의 제휴 효과가 컸다. 올초부터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하며, 12월 기준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는 가입자 수 700만명을 넘겼다. 덕분에 2018년엔 유상증자조차 실패했던 케이뱅크는 올해 7월 이뤄진 유상증자에선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을 투자자로 유치하는 등 흥행을 기록했다.
다만 본업의 성장성보단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가 큰 점은 우려된다는 평이다.
최근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던 우리금융지주 지분 1%가량을 매입, 주주가 되면서 실명계좌 제휴사가 바뀔 가능성까지 제기, 케이뱅크에 대한 리스크로 떠올랐다. 올해 중순 암호화폐 열풍이 다소 식으면서 케이뱅크의 고객 수가 정체되고 수신 규모가 두 달만에 2조원 가량 줄어든 것과 관련, 증권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기 전 고전을 면치 못하던 케이뱅크는 임원진이 나서 주요 운용사의 본부장급을 모아놓곤 케이뱅크의 문제점에 대해 묻는 등 답답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라며 "이후 가상화폐 투자 열기로 이만큼 성장한 것인데 의존도가 높아 향후 성장성이 지속될지 우려는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