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용퇴·부사장 대거 발탁해 변화 의지 재강조
미래사업이 핵심…임원진 변화에 그치지 않을 전망
윤여철 떠나고 새 노무라인…노사관계 변화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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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자동차가 '2025 전략'의 3년차 돌입을 앞두고 리더십부터 일대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번 임원 인사의 핵심은 '신사업 비중 확대'인데 거꾸로 보자면 기존 사업 비중을 줄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마침 현대차 노사관계 재정립 우려가 급부상한 터라 이 같은 혁신 의지가 회사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의 이번 임원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미래사업에 부합하게끔 리더십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새로 승진한 김흥수·추교웅·임태원·이상엽 등 네 명의 부사장의 경우 각각 인포테인먼트와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개발과 디자인을 주도해온 인사로 꼽힌다. 향후 주어진 과제 역시 커넥티드카 대응을 위한 신규 플랫폼과 통합제어기 개발 및 신사업 추진 역량 내재화 등 신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그간 정의선 회장을 도와 현대차를 이끌어왔던 하언태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사장 등 두 명의 등기임원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용퇴로 이사진 내 사장단에는 장재훈 사내이사만 남게 된다. 미등기 임원 중에서도 이원희·이광국·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조력자 역할로 내려갔다.
이번 인사 방향은 내년 현대차의 2025 전략이 3년 차에 접어들어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지난 2019년 말 발표된 2025 전략은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 목표치를 제하면 사실상 미래사업 역량 확보에 성패가 달려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임원 인사를 통해 윗선에서부터 사업의 무게추를 더 가파르게 옮겨가겠다는 일종의 예고편으로 보인다"라며 "그룹 차원에서 변화 의지를 다시 한번 강력히 드러낸 것으로 변화의 대상은 임원진 구성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현대차에서 국내 생산과 노무총괄을 담당해왔던 윤여철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임원진에서부터 시작된 변화가 조직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윤 부회장의 거취 문제는 최근 강성노조 부활과 함께 주목을 받아온 사안이다. 현대차 노조는 내년 1월부터 안현호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과 미래사업 투자 문제 등에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5월에도 "국내 공장에 투자해야 한다는 경고를 무시하다가는 2025 전략이 실패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완성차 업계에선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생산 관련 청사진이 빈약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공용 플랫폼인 E-GMP를 제외하면 경쟁사에 비해 전기차 전용 라인이나 자동화 등 공정 혁신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임원 구성에서와 같은 혁신적인 변화가 인력 구조 및 노사관계 전반으로 확장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증권사 완성차 담당 한 연구원은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폭스바겐, GM이나 자동화·혼류생산에 나선 닛산, 상생 모델을 따르는 도요타 등 참고 사례는 많은 상황"이라며 "어느 방향이건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생산 관련 청사진을 명확히 내놓으려면 회사 방향성이 노조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부터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부회장이 물러나며 생긴 공석은 정상빈 정책개발실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맡게 됐다. 새로운 노무라인을 마련한 만큼 내년 이후 현대차의 노사관계 재정립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