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시장활성화 명분 탓 고가 신주인수 일반적…몸값 상승 기인
미중 갈등 와중 인건비 저렴하고 가까운 동남아, 중국 대체지로 부상
인도 기업 세 곳만 담아도 원금 8배 수익 올려…분사무소 설립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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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스타트업 밸류에이션 과부하에 지친 벤처캐피탈들이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인구 규모가 크고 성장속도가 가파른 인도와 동남아 시장으로 초기투자 흐름도 옮겨오는 모양새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와중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차원에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건비도 저렴한 해당 지역이 대체 투자처로 떠오른 영향이다.
올해 벤처캐피탈(VC) 시장 키워드는 '초기투자 과부하'로 요약된다. 시드(Seed)에서 프리 시리즈(Pre-Series) A 단계의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올해 특히 급등했다는 평가다.
한 VC업체 대표는 "올해 VC시장 가장 큰 변화는 초기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스타트업들의 몸값이 올랐지만 특히 초기 기업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2년 전만 해도 이 단계 기업들의 기업가치 최대치가 5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젠 이마저도 기본적인 수준이 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선 공격적 투자성향으로 변모한 기관투자자(LP)들이 초기 단계부터 후속투자까지 리드하고 있는 점이 이 같은 현상을 가속시켰다고 보고 있다.
국책은행과 연기금 등 공적자금들은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의 투자에 내몰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들 사이에선 시장 활성화란 기금 명분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구주 대신 비싼 신주 인수가 주가 될 수밖에 없다는 토로가 나오는데, 이는 곧 전반적인 시장가격 인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진흙 속 진주를 찾으려는 VC들은 국내를 떠나 동남아와 인도 등 해외로 시선을 옮겨가고 있다. 대체로 인구가 많아 타깃 규모가 크고 국내와 비교해 성장 가능성도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투자업계 전반이 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나선 점과도 연관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고 있는데다 인건비 상승과 외국기업 혜택 축소 등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유지하기 쉽지 않아졌다. 중국 대체지를 물색하던 국내 기업들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건비도 저렴한 동남아로 생산라인을 이전하고 있다.
국내 VC 및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이미 중국을 떠나 해당 지역으로 초기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 대상은 대체로 온라인 전자상거래, 푸드 딜리버리, 온라인 게임 위주가 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베트남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이커머스 '티키(Tiki)'에 투자했다. 미래에셋-네이버아시아그로스펀드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도 라운드에 참여했다. 스틱인베는 앞선 9월에도 싱가포르 중고거래 플랫폼 '캐로셀'에도 약 1억달러를 투자해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8월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가 베트남 식품·유통기업 마산그룹에 약 2억달러를 투자했고, 7월엔 인도네시아의 마켓컬리인 신선식품 배달서비스 해피프레시에 IMM인베스트먼트와 네이버, LB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국내 VC업체 투자심사역은 "동남아향 투자 딜을 앞두고 있다. 500억원 밸류에 펀딩 규모는 100억원대다. 특히 동남아 이커머스는 시장이 연 30%씩 성장하고 있어 어디라도 발을 담궈야겠단 생각으로 투자처를 물색해왔다"고 설명했다.
VC업계는 인도도 특히 주시하고 있다. 인도는 올해에만 유니콘 기업이 40여 곳 등장, 시장 성장속도가 특히 가파른 곳으로 손꼽힌다. 신분계급제 유지로 시장이 분리돼 있다보니 타깃을 잡기도 용이하다는 평이다. 특히 정부 측에서 해외투자자들을 상대로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인식된다.
이미 수익률을 실현한 VC도 다수 나오고 있다. 인도 스타트업에 초기투자를 단행한 KTB네트워크의 경우 해당 펀드에서 투자금액 대비 5배 이상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를 주도한 김혜성 투자심사역은 "인도판 틱톡으로 불리는 트렐(Trell) 등 인도에서 유니콘으로 등극한 스타트업 세 곳을 포트폴리오로 보유, 가파른 성장세에 수익률 덕을 보고 있다. 추가 성장에 따라 20배 이상의 수익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