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상승 기대감 타고 상장 추진 속도
인수합병 등 신사업 업사이드 부족은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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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정유사 실적 기대감을 타고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두 번이나 미뤄왔던 만큼 금번 상장 과정에서는 ‘속전속결’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까지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 추진 결과가 미진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그간 기업공개(IPO) 시장의 열기가 다소 식는 가운데 친환경·플랫폼 등 신산업 위주의 상장 건이 각광을 받아왔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정유업’이라는 전통 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3일 현대오일뱅크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신청했다. 통상 예비심사에 45영업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사 결과는 내년 2월 중 나올 것으로 추산된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안에 코스피 상장을 마칠 예정이다.
최근 정유업황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의 정유사들은 올해 약 7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한 해 약 5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던 점과 대비된다.
정제마진이 가파르게 반등하고 있는 점이 주요 요인이다. 9월 중순부터 18개월 만에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섰다. 연말 백신접종 확대와 주요 산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제마진 상승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수입 후 정제해 휘발유나 경유 등으로 되팔 때 남기는 이익을 말한다. 통상 배럴당 4~5달러 수준을 BEP로 잡는다.
그러나 이 같은 정유 업황 회복 조짐에도,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앞두고 실적 호조 시그널에만 기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GS칼텍스를 비롯한 정유회사들이 잇따라 크고 작은 지분 투자에 나서며 ‘정유사’ 이미지 탈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GS그룹 차원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정유사 가운데 모빌리티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방안을 모색하는 데 가장 앞서고 있다. 지난 7월 약 250억원 규모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에쓰오일 역시 작년부터 전기자전거 플랫폼 나인투원, 친환경 범준이엔씨 등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신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에는 힘써왔지만 실제 투자 결과로 이어진 사례가 저조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미래에셋벤처투자와 함께 동식물성유지 제조사 대경오앤티 인수전에 나섰지만 업계에선 성사 가능성을 반반 이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해당 딜 자체의 일정도 밀릴 수 있다는 후문이다. 당초 이달 중순 본입찰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늦춰지는 모양새다.
현대오일뱅크는 세 번째 시도 끝에 금번 상장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12년과 2018년 각각 한 번씩 상장을 추진했다가 무산되거나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상장까지 엎어진다면 투자업계 등에서 평판 리스크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현대오일뱅크로서는 정유업계 실적 기대감이 고조된 시기에 빠르게 상장을 추진하면서도, 친환경 등 신사업 분야에서 뚜렷한 입지를 다지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통 정유회사들이 투자를 검토하거나 투자한 사례들을살펴보면 정유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라며 “GS칼텍스가 GS그룹 차원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현대오일뱅크가 신사업 분야에 기억에 남을 만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 없다는 일부 의견은 무시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