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골드만삭스 IB 출신들 PE에서 활약
2010년대 한국 지점에서 일한 인연 여전히 끈끈한 관계 유지
골드만삭스에서 익힌 투자기술 PE에 접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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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골드만삭스 글로벌의 명성에 비해 한국 골드만삭스 성적이 신통치 않다. 반면 골드만삭스 출신 인력들의 몸값은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PE업계에선 ex-골드만삭스 출신들이 '골드만 마피아'로 불릴만큼 세를 키워가고 있다.
올해 연말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M&A 시장의 거래 규모는 약 106조4827억원으로 지난해 57조4913억원 대비 85% 이상 늘었다. 대형 거래는 물론 중소형 거래가 증가하면서 자문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JP모건이 리그테이블 순위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그 뒤를 이으면서 삼두 체제를 형성했다. 후발주자로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낯익은 이름을 순위 하단에서나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골드만삭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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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올해 쿠팡, 카카오페이 상장을 제외하곤 M&A 거래에서 이렇다 할 자문실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상반기에는 모건스탠리가 하반기에는 JP모건이 M&A 거래를 휩쓸었다. 올해처럼 M&A가 폭발한 상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반면 ex-골드만삭스 출신들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내로라하는 PE의 주요 자리들이 골드만삭스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 스타급 인사들로 최동석 이스트브릿지 대표ㆍ이상호 글랜우드 PE 대표ㆍ어호선 VTI 파트너스 대표ㆍ신선화 유니슨캐피탈 전무ㆍ이승준 TPG 전무 등이 꼽힌다.
최동석 대표는 2002년에 골드만삭스에 입사, 2014년부터 3년간 골드만삭스 공동대표를 맡으며 국내외 대형 인수합병 거래를 자문했다. 이후 이스트브릿지 PE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국내 폐기물업체 이도 투자뿐 아니라 3호 블라인드 펀딩에 나서는 등 성공적으로 PE업계에 안착했다.
글랜우드 PE 창업자인 이상호 대표는 동양매직, SK코오롱PI 인수 등 대형 바이아웃거래와 발빠른 M&A로 PE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펀드 규모나 거래실적 등으로 따지면 현재 활동하는 골드만삭스 출신 PE들 가운데 가장 성과가 화려하다.
올해 VTI 파트너스를 창업한 어호선 대표는 블록체인 서비스개발사 람다256, 신약개발 업체인 보로노이 지분투자 등을 단행했다. 또 '공차' 대박의 주인공인 신선화 유니슨 캐피탈 전무는 1세대 여성 파트너로, 남성 중심의 PE 업계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 아래 세대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전 KKR 상무)가 PE업계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KKR 한국사무소 설립부터 함께한 이 대표는 OB맥주 매각 등 KKR의 굵직한 딜에 참여했다. 현재는 헤지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를 창업해 우리금융 소수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베인캐피탈, MBK파트너스, 모건스탠리PE 등 골드만 출신이 없는 주요 PE 하우스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외에도 골드만PIA 출신 안상균 대표가 창업한 앵커 PE도 투썸 매각, 카카오 계열사 지분투자 등을 연일 진행하고 있다. 해외 LP(투자자)로 펀드를 구성하면서 LP들의 간섭이 크지 않아 다른 PE들보다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중량감 있는 '시니어 인력' 가운데는 김종윤 칼라일 대표도 골드만 출신으로, 골드만삭스 아시아 M&A헤드를 역임하다 지난 2019년 칼라일 한국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KB금융지주 지분투자, 투썸 인수 등의 성과를 냈다.
눈여겨 볼 점은 이들 골드만 출신들이 이전의 PE 인력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상당수가 2010년대 초반 같이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물들이다. 당시 골드만삭스 글로벌은 전략적으로 한국에서 뽑은 인력들을 서울 사무소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유학파보단 한국대학 출신들을 대거 채용했다. 이들 구성 대부분이 서울대, 고대 등 SKY 출신인 점이 그러한 이유에서다.
이들은 국내 대학 출신으로 문화적 이질감이 작은데다 다양한 M&A를 수행하면서 서로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강한 편에 속한다. 서로 다른 PE로 뿔뿔히 흩어졌지만 꾸준히 만남을 이어오는 것도 그런 배경이다. 이에 반해 다른 IB들은 홍콩에서 한국지점을 관리하면서 한국 담당 인력 상당수가 홍콩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진로도 대기업, 스타트업 CFO 등으로 뿔뿔히 흩어졌다.
그로쓰 투자가 선호되는 모습도 보인다. 앵커 PE가 자주 이 전략을 활용하고, 어호선 대표가 창업한 VTI 파트너스도 이러한 전략을 채택해 성장 기업 투자에 집중하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투자전략에는 골드만삭스의 영향도 있다는 평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골드만삭스는 성장기업의 지분투자에 집중하는 투자 전략을 실행했다. 기업을 인수할 경우 위험이 본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수지분 투자를 선호하고, 테크 기업 등 성장기업 투자를 망설이지 않았다.
PE로 이직한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이런 투자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실제 이런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 PE로 자리를 옮긴 케이스들이 다수 있다. 더불어 서로 지속적으로 교류를 이어오면서 이런 투자철학에 대한 교감도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출신들이 대거 PE로 이동하면서 이들이 배운 투자기법이 PE업계의 대표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현재의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은 인력 이탈을 겪고 있다. 정형진 골드만삭스 대표와 이번에 MD 승진한 이석용 전무를 제외하고 2010년대 함께 일했던 뱅커들 상당수가 PE로 이직했다. 골드만삭스 글로벌에서도 더이상 한국인력을 한국지점에 두는 전략 대신 홍콩으로 이들을 불러들이면서 인력양성에도 어려움에 발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PE에서 골드만 출신들이 잘 나가는 것과 반대로 골드만삭스 IB는 한국에서 영향력이 감소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