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컨퍼런스 콜이 대세 되면서 사적 교감 기회 감소
운용역들은 증시 큰 손인 연기금 분위기에 예민하게 반응
연기금도 네트워크 이용해 위탁운용사 최신 동향 파악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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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로나19로 확대된 비대면 기업설명회(IR)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영향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방역이 강화되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지속될지 가늠도 어려운 상황이다.
비대면 온라인 방식에 이미 익숙해졌다는 목소리도 많지만, 기관투자자들은 오프라인 네트워킹 기회가 줄면서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현장에서의 네트워킹과 크고 작은 정보 교류가 뚝 끊기며, 큰 손 투자자의 동향 등 시장 기류를 파악하기 힘들어졌다는 하소연이 많아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은 약 1204건의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794건 보다 52%가량 늘어났다. 코스닥 시장 상장 기업들은 지난해엔 약 644여건의 IR을 기획했는데, 올해는 798건으로 증가했다.
대부분의 설명회는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미 작년부터 온라인IR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IR큐더스에 따르면 2019년까지만해도 IR활동은 주로 대면미팅 위주의 오프라인 행사였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IR 비중은 1년새 12.4%에서 70.1%까지 급증했다. 코로나 국면이 계속되며 올해도 비슷하거나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접근성·업무의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기회는 대폭 줄었다. 과거엔 기업의 IR담당자들이 투자자들을 일일이 만나거나 주요 기관별로 참여하는 3~5명의 소규모 미팅에서 면담을 했었다. 업계관계자들간 네트워크를 늘릴 기회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뉴스룸·화상회의·컨퍼런스콜 등이 대세가 되면서 사적 교감이 크게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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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를 통해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던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선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불특정 다수가 참석하는 온라인 IR에서는 제한적이고 공식적인 내용만 전달될 수 밖에 없어 세밀한 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비대면 만남이 지속되면서 연기금 등 분위기가 어떠냐고 묻는 운용역들이 많다. 반대로 연기금쪽에서는 운용사들의 동향을 궁금해한다. 서로 답답해하는 분위기”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역들은 국내 증시의 ‘큰 손’인 연기금의 투자 기조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연기금으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다만 외국인의 투심을 예상할만한 마땅한 방법은 없다. 이에 수급에 영향을 줄만한 변화가 있을까 연기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연기금 등이 보유 주식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는 경우에 따라 국내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IPO펀드 운용역은 "글로벌 시황 등 미국 증시를 통해 외국인 투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보긴 하지만 마땅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며 "큰손인 연기금 분위기를 알면 운용에 유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기금도 정상화를 기대하며 내년으로 대면 미팅을 미루고는 있지만 타 기관과 네트워킹 기회가 없어 아쉬워하는 기류가 읽힌다.
연기금도 자금을 맡긴 운용사단의 최신 동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다고 알려진다. 위탁운용사에 관한 세평 등을 모을 수도 있다. 예컨대 위탁운용사의 인력 이탈이 지나지체 빈번한 경우 네트워크를 이용해 원인을 알아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위탁운용사들은 연기금에 인력변동을 일일이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내년에 나아질거라며 대면 미팅을 미루고는 있지만 개점 휴업 상태에 운용사들과 접촉할 기회가 없어 아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