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호황에 너도나도 비상장 투자 기능 강화
공모주 싸이클 장담 못하는 점은 우려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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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주요 증권사들이 연말 조직개편에 맞춰 고유계정(PI) 투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PI 부문 중에서도 특히 비상장기업 투자를 늘리는 모양새다. 올 한 해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크게 증가한 데 따라 증권사들이 비상장기업 투자에도 속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모주 시장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많다. 비상장기업 투자 특성상 투자금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부담일 수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조직개편을 앞두고 비상장기업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증권이다. 박정림 대표 산하 S&T 부문 내 PI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주로 비상장 회사 투자에 집중할 전망이다. NH헤지자산운용과 키움증권 IPO팀에서 새 인력을 뽑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센티브(성과급) 등 대우도 파격적으로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IB 부문에서 공모주 호황에 힘입어 비상장 투자 성과가 나면서, S&T 차원에서도 해당 기능을 강화해보자는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IPO솔루션팀을 신설했다.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IPO 시 신디케이트(기관투자자 대상 마케팅) 및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다. 기존에 전사적 차원인 PI부문이 있었지만 금번 조직개편으로 IPO에 특화된 PI 담당 조직이 추가로 개설됐다.
이외에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 역시 PI 담당 직원을 충원했다. 대부분 타 증권사 IPO 인력 위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증권사들은 IPO부서에서 알음알음 프리 IPO 투자를 해왔다. 상장 주관 수수료가 평균 2~3% 정도로 정착한 데 따라 증권사들이 수수료 외에 수익원을 찾아야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공모주 ‘대박’ 열풍으로 수 년 전 발행사에 미리 투자를 해뒀던 증권사들이 차익 실현에 성공해 짭짤한 수익을 거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한 해 증권사들은 공모주 호황기를 맞아 그동안 투자해뒀던 비상장기업 위주로 훌륭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성과를 냈다.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부터 투자했던 원티드랩은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됐고, KB증권이 작년에 지분을 획득한 플래티어 역시 현재 주가가 2만900원으로 공모가(1만1000원) 대비 두 배를 조금 밑돈다. KB증권은 지난해 7월 플래티어 지분가치가 한 주당 약 5000원일 때 약 10억원을 투자했다.
증권사들이 PI 인력을 경쟁적으로 늘렸지만 향후 우려 포인트는 여전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 호황기가 내년부터는 한풀 꺾일 수도 있어서다. 더욱이 PI 부서는 투자 후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대개 엑시트 수단은 상장인데, 주관계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상장 시기가 미뤄지는 사례가 흔한 데다 공모주 상황에 따라 자칫 상장계획을 철회할 수도 있어 리스크가 큰 투자로 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부서는 기본적으로 수수료를 받는 사업부문인 만큼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성과급을 받는 폭이 아무래도 작을 수밖에 없다”라며 “실무진급들이 IPO 부서를 떠나 PI부서로 이동하는 요인이 되겠지만 아무래도 내년에는 공모주 시장의 상황을 장담할 수 없어 올해만큼의 투자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