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규모 명예퇴직 실시 잇따라 진행되는데
비용 만만치 않아...연말연초 시점따라 성과 영향
-
은행들이 대규모 명예퇴직을 진행하는 가운데 CEO들이 집행 시기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명예퇴직 규모가 커지면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에선 CEO 연임 이슈 때문에 명예퇴직 시기를 놓고 저울질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만 56세 임금피크제 직원뿐 아니라 40대 직원들도 줄줄이 명예퇴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최대 규모로 회사를 떠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파가 거세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농협·SC제일·한국씨티 등 주요 은행들이 대부분이 명예퇴직을 진행했거나 혹은 진행할 계획이다.
우선 한파가 거세게 불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연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관리자급의 경우 1974년생부터 대상이며, 책임자급은 1977년생부터 신청했다. 일반 행원급은 1980년생도 희망퇴직 대상자에 포함됐다. 만 40세부터 희망퇴직 신청자에 포함된 것이다.
만 54세 이상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인원에 대해선 과감한 ‘당근’을 제시했다. 1966년생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 월평균 임금 최대 24개월, 나머지 대상자에게는 최대 36개월 특별퇴직금을 제공한다. 자녀에게 학자금 지원 및 재취업 지원금도 나온다. 그만큼 인력 감축에 공을 쏟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22명이 희망퇴직한 하나은행은 1월 또다시 희망퇴직을 받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40대에도 희망퇴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내부에선 연말연초 주요 이슈 중 하나로 희망퇴직 규모와 보상이 언급되고 있다.
국민은행에선 지난해 1월 희망퇴직을 통해 800명이, 신한은행에선 상반기와 하반기 450명이 퇴직했다. 소매금융부문 철수를 단행하는 씨티은행은 희망퇴직 신청자만 2000여명이 넘고, SC제일은행에선 450여명 짐을 쌓다. NH농협은행에서도 500여명이 희망 퇴직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인력만 6000여명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 역대급 규모로 은행들은 과감한 보상을 통해서 명예퇴직을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명예퇴직이 늘어나다 보니 해당 이슈가 은행권 최대 관심사다. 임원들이 연말 인사에 관심을 쏟듯이 직원들은 명예퇴직 규모와 보상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비용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은행의 ‘연봉킹’이 명예퇴직자에서 나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조사역이 상반기에 받은 연봉이 8억3300만원으로 이 은행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받았다.
이후 7억여원을 받은 5위까지가 모두 명예퇴직자들이 연봉킹 상위 순위를 휩쓸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연봉킹 상위 순위를 대부분 명예퇴직자들이 가져갔다.
CEO들은 명예퇴직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특히 연임 이슈가 있는 CEO들은 명예퇴직 비용 및 직원들의 평가에 예민하고, 언제 하는게 본인에게 유리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엔 12월, 올해엔 1월에 명예퇴직을 진행한다. 은행원들 사이에선 연말보다는 연초에 명예퇴직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서 3월 정기주총에서 결정될 CEO 선임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간다. 리더십 교체기 이슈에 발맞춰 사상최대 실적을 더욱 부각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 연말에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우리은행도 올해 1분기 은행장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실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명예퇴직이 은행권 최대 화두가 되면서 CEO들도 언제 명예퇴직을 실시하면 좋을지 시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