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부동산PF 등 우발부채 줄었지만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IB에 속도
유상증자 이후 자본금 활용
올해 금리 인상 등 리스크 관리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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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코로나19 유행 후 2년여간 위축됐던 증권사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올해부터는 다시 활기를 찾을 전망이다. 이미 수익이 급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채무보증 규모를 늘리고 있다. 브로커리지 부문 위축에 따라 다시 투자은행(IB) 부문을 확대해야할 필요성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금리 인상이 예고되는 가운데 부동산PF의 리스크 관리는 여전한 숙제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부동산PF 위주로 금융을 주선했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우발부채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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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상위 8곳 대형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우발부채 잔액은 약 29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조원가량 줄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약 1조9600억원에서 1조7481억원, 한국투자증권은 약 3조9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 메리츠증권은 약 5조2000억원에서 무려 4조5000억원까지 우발채무 규모가 축소됐다.
그동안 금융 당국에서 꾸준히 증권사의 부동산PF 리스크 관리를 주문해왔던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최근 금융권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이슈가 터진 데 따라 지난해 4분기에도 부동산PF 사업부문에서 몸을 사리는 증권사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지난해 중소형 증권사들은 오히려 우발부채 규모를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증권은 우발부채 규모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000억원 가량 늘었고,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약 5400억원에서 6200억원 증가했다. 대부분 부동산PF 관련 부채로 파악된다. 최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세종시 주상복합, 김포 복합물류센터 등의 부동산PF 관련 금융을 주선했다.
2020년부터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자본확충 움직임이 줄을 이었던 만큼 수익확대 추구를 위한 IB 사업이 활발해졌다는 평가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약 6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IBK투자증권도 지난해 1월 2000억원 규모로 자본금을 늘렸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2020년부터 중소형 증권사들이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는 사례들이 많았다”라며 “자본을 늘린 만큼 IB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가운데 가장 손쉽게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이 소규모 부동산PF 사업인 터라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들 역시 그동안 위축됐던 부동산PF 사업규모를 조금씩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전언이다. 알짜 수익원이었던 부동산PF 사업을 계속해서 축소하기에는 전체 증권사의 수익 확보 차원에서도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부터는 금리 인상,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방향 등 외부 변수 요인이 산적해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후순위, 브릿지론, 고 LTV(주택담보비율) 등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구체화된 상황이 아닌 만큼 당장 부동산PF를 줄이겠다는 증권사들은 많지는 않다”라면서도 “경기 회복에 따른 점진적인 상승이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 조달 비용 부담도 가중되는 만큼 아무래도 증권사들의 (부동산PF) 금융 주선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