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대주 '노스볼트' 품질 우려…관계 '삐걱'
안정적 배터리 확보 위해선 결국 LG·SK·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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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폭스바겐이 LG에너지솔루션(LGES)과 SK온, 삼성SDI 등 3사와 각형 배터리 공급 문제를 타진하고 있다. 양산 준비가 덜 된 노스볼트와의 관계가 삐걱대며 차선책 마련에 나섰다는 평이다. 당장 각형 배터리 수요에 응할 수 있는 건 삼성SDI뿐이지만 3사 모두 폭스바겐과의 협력 확대 기회를 두고 계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현재 국내 3사 모두에 각형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각형 배터리는 폭스바겐이 지난해 '파워데이'를 열고 표준으로 제시한 폼팩터로 국내에선 삼성SDI의 주력 상품이기도 하다. 관련 업계에선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LGES와 SK온에도 구애가 이어지는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노스볼트는 폭스바겐이 지분 20%를 보유한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다. 지난달 첫 리튬이온 배터리 셀 생산에 성공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양산 돌입을 앞두고 있다. 전 세계 배터리 셀 시장을 사실상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기업이 장악한 상황에서 폭스바겐과 유럽연합이 공동 육성하는 유망주로 통한다.
배터리 업계에선 노스볼트의 양산 능력이 폭스바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노스볼트의 양산 품질이 폭스바겐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라며 "신생 업체가 배터리 셀 개발은 물론 공정과 생산 기술을 갖추고 완성차 업체 입맛에 맞춰 대량 생산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업력이 긴 LGES 역시 유럽 진출 이후 수년간 수율 문제로 고생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LGES의 경우 당시 현지 인력과 문화 차이 등이 걸림돌이 주원인이었다. 현재 노스볼트가 주로 한국과 일본 등에서 핵심 인력을 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양산 능력을 끌어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폭스바겐이 차질 없이 배터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국내 3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판매량이 매년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적 이른 시간 내 계약에 맞춰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납품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인 탓이다.
3사 역시 이 같은 폭스바겐의 구애에 사업적 실리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폭스바겐 물량이 수익성이 박한 편으로 꼽히지만 배터리업계 내 경쟁 강도는 점차 심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형 배터리를 생산해오지 않았던 LGES와 SK온에도 수주 확대 및 협력 강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SDI의 경우 폭스바겐이 지난해 각형 배터리를 전면에 내세웠을 때부터 협력을 타진해왔다.
결과적으론 노스볼트가 국내 배터리 산업에 위협이 아닌 호재로 작용하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업체 한 관계자는 "노스볼트의 양산 차질로 완성차 업체의 내재화나 신생 업체의 성장성에 회의적 시각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벌써 기업공개(IPO)와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에 나선 LGES와 SK온에 대한 잠재 투자자의 시각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