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자리 둔 證 경쟁 격화…IR 아이디어도 제시
옥외광고·인증샷·먹방·유튜버 IR, "무용하단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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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2년새 기업공개(IPO) 시장이 초호황기를 지나며 증권사간 경쟁이 격화했다. 거래 수임을 위한 마케팅 방식도 전통적인 네트워킹에서 벗어나 화려하고 눈에 띄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옥외광고 설치, 인증샷 첨부, 먹방(먹는 방송) 등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발행사의 마음을 사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불필요한 곁가지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윗선에 '최선을 다했다'고 홍보하는 수단일 뿐 실제 마케팅 효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무시할 수 없으며, 시장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영업이란 반박이 제기된다.
지난해 IPO 공모금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SK IET(2조2459억원), 크래프톤(4조3098억원), 카카오뱅크(2조5526억원) 등 발행사의 공모금액 규모가 상당했던 덕택이다. 일반적으로 공모규모가 크면 주관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많아진다. 이에 2020년부터 증권사 관계자들은 '대어들은 일단 잡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실무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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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부터 영업 방식도 다양해진 모습이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증권사들이 투자자대상 홍보(IR) 컨설팅까지 해주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휘장'이 꼽힌다. 상장 당일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 건물 위에 발행사의 기업이미지(CI)를 담은 옥외광고물을 게시하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페이 상장 당일 거래소에 해당 휘장이 게시된 바 있다.
휘장 게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거래소 건물에 휘장을 게시한 모습을 드론을 활용해 영상으로 남겨 IR에 쓰는 방안을 고민해보자는 아이디어 등 여러 파생 수단이 나오고 있다. 휘장 게시를 위해선 영등포구청의 허가를 먼저 취득해야 하고, 시간대도 오전에만 게시할 수 있다. 또한 게시 가능 시간도 짧은 편이다.
상장 당일 거래소 내부 스크린에 상영할 영상 광고도 증권사에서 제작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금액대도 상당한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상장한 한 발행사의 스크린 광고 제작에 들어간 비용은 1억원대다. 이를 주관사에서 부담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기념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에서 지불하고 있다"라며 "IR 비용에 포함시켜 넣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도 하나의 영업 소재가 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다소 복잡하다 느껴지는 증권신고서가 아닌 유튜브 채널에 의존하는 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한 증권사는 투자부문 일부 유명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신규 상장 기업에 대한 설명에 나서자는 아이디어를 제시, 이를 영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주관사 선정을 위해 배포한 입찰제안요청서(RFP)에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발휘되기도 했다. 한 증권사는 상장을 앞둔 한 게임사에 제출할 제안서에 스크린 캡처를 한 듯한 이미지 하나를 첨부했다. 증권사 실무진들이 해당 게임사에 계좌를 개설한 화면을 모두 모아 일종의 '인증샷'이었다.
또다른 증권사는 해당 발행사의 시그니처 제품을 소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켓컬리가 주관사를 선정하던 당시 한 증권사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와의 영상회의에서 마켓컬리 시그니처 빵과 우유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이는 기존 증권사들의 영업방식과 다소 비슷한 양상이다.
LG그룹의 딜을 여러차례 맡았던 KB증권 관계자들은 한때 영업을 위해 LG전자에서 제작한 핸드폰을 IB 영업직들이 자발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LG전자가 핸드폰 사업에서 철수하며, 다시 영업직들이 사용하는 핸드폰의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후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도 주관사가 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상황이며 일각에선 비용적 측면에서 무용하다는 토로도 있다"이라며 "올해도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IPO 시장에 다시 불이 붙을 텐데, 주관사 선정 결과와는 무관하게 어떤 아이디어가 나올지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