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적으론 매수청구권·우선배정권…이르면 연내 가능
선거일 전후해 예비 발행사·IB도 도입 시점 관심집중
우선배정권 효과 얼마나 될까…SK온이 실질적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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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장사의 사업부 분할 후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매수청구권과 우선 배정물량을 제공하는 방안이 이르면 연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분할 상장으로 인한 주주 피해 문제가 선거철 쟁점 사안으로 부상하며 대안 마련에 속도가 붙고 있는 까닭이다. 시기적으론 LG에너지솔루션(LGES) 이후 최대어가 될 SK온 기업공개(IPO)가 '1차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 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및 증시대동제'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모두 참석했다. 코로나 이후 투자자 지형이 넓어지며 개인투자자 입맛에 부합하는 자본시장 관련 공약이 경쟁의 한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둘 모두 최근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고, 시장에선 두 후보의 분할 상장 관련 입장에 주목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해 말 신사업 분할 상장 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자는 내용의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물적분할 시 반대주주의 매수청구권 부여나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일부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공약을 내놨다.
6일 한국거래소에선 이용우 민주당 의원 주최로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거래소와 금융위, 상장사협의회를 포함한 각계 입장이 제기되었지만 국내 시장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은 각 후보 측이 내놓은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의원 측에서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마무리 발언을 내놨다.
여러 조건을 따졌을 때 당장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기존 주주에게 매수청구권이나 우선 배정물량을 제공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꼽힌다.
법조계에 따르면 물적분할 시 반대 주주에 매수청구권을 제공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법률은 물적분할의 경우 100% 자회사로 내려간다는 점에서 매수청구권 인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분할 상장 시 모회사 주주를 위해 따로 우선 배정물량을 제공하는 것은 금융투자협회의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 개정 사항이다. 반면 신주인수권의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해 법안이 통과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양 측 공약이 결국 분할 상장으로 인한 기존 주주 피해 방지 목적인 만큼 같은 선상 위에 있는 셈이지만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시기적으로는 매수청구권과 우선배정권부터 손볼 수 있는데, 의지만 있다면 연내에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물론 한국거래소를 포함한 금융당국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거래소가 공개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데다 증권 인수업무 규정을 개정할 경우 금융위원회 승인이 필요해 유관 부처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실질적인 제도 변화가 언제 이뤄질지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달 중 상장을 마무리 지을 LGES를 제외하더라도 비슷한 성격의 거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미 예비 발행사 차원에서 분할 상장으로 인한 여론 악화를 잠재울 만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만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선거일을 전후해 빠르게 적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특히 우선배정권이 현재 분할 상장을 둘러싼 주주 반발 여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모회사 주주에게 우리사주조합과 비슷한 방식으로 우선 배정 물량을 줄 경우 모회사 주식 투매 현상을 일시적으로는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주명부 폐쇄일을 전후해 수급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적지 않다.
연내 개정이 이뤄질 경우 SK이노베이션과 SK온이 대표적인 시험 사례가 될 전망이다.
SK온은 아직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추진하고 있으며 충분한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상장을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사실상 LGES 이후 연타석으로 배터리 분할 상장에 나선 SK온을 타깃으로 일이 진행되는 모양새"라며 "SK온이 LGES 이후 최대어가 될 가능성이 커 SK온 상장 이전에 보완책을 내놓아야 충분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