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어렵던 IB 인사, '세대교체' 미래·'예상 깬 연임' 신한
KB는 범LG계 인사 승진 발령…NH는 IB대표들 부사장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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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대형증권사들의 실적을 가를 지표로 '기업금융'(IB)부문이 꼽히며 영업을 이끌 인사들의 면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2년간 이어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호황이 증시 거래대금 감소로 주춤하면서 수익에 대한 IB부문의 기여도는 지속 상승할 전망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IB부문 강화를 꾀하고 있다. IB사업을 총괄하는 IB총괄을 복수로 운영하면서도 세대교체를 꾀한 미래에셋증권이나 '범LG가(家)' 인사를 승진시켜 LG그룹과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려는 KB증권의 인사가 눈에 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의 큰 변동 없는 인사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기업공개(IPO) 부문 인력 유출과 평판 저하설에 휘말렸고, NH투자증권도 LG에너지솔루션 거래에 초청을 받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던 까닭이다.
'세대교체' 단행한 미래에셋증권
지난해말 증권가의 화두는 미래에셋증권의 파격인사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김상태 IB총괄 사장이 혼자 담당하던 IB총괄 직책을 IB1총괄과 IB2총괄로 개편했고 해당 보직에 조웅기 부회장과 강성범 부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본래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등 정통IB를 수행하던 IB1부문은 글로벌 부동산과 대체투자를 수행하는 글로벌 IB 조직으로 역할이 바꼈다. IB2부문은 본래 국내외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을 수행하는 조직이었으나 1부문이 맡던 전통 IB 업무를 기반으로 국내 IB 총괄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내와 글로벌 IB 역할을 완전히 분리한 것이다.
IB를 총괄하던 김상태 사장이 IB총괄에서 경영자문파트로 자리를 옮긴 건 예상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김 사장은 대우증권 인수공모부를 거쳐, 기업금융부장, 주식인수부장 등을 지낸 뼛속깊은 IB맨이다. 미래에셋증권과의 통합 이후에도 쭉 IB부문을 이끌어왔다.
총괄 아래 실무를 담당하는 본부장급도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IB2부문 강성범 총괄 (부사장) 직속 부문장으로 1970~1972년생들이 전진 배치됐다. 대우증권 출신 성주완 IPO본부장, 하나금융투자 출신 김미정 IB1부문장, 미래에셋증권 출신 주용국 IB2부문장이 강 부사장을 중심으로 국내 IB사업을 맡았다.
커버리지ㆍ투자금융 등 국내 IB 기능의 핵심인 IB1부문 아래에는 대우증권 출신 박현주 기업금융본부장과 미래에셋증권 출신 김주섭 투자금융본부장이 배속됐다.
대우증권 출신 IB맨의 상징과도 같았던 김상태 사장의 전보 이후, 일부 '대우맨'들은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만 IB부문 전체적으로는 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외부영입인사들 사이의 균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1970년대생 임원들에게 힘을 실어준 인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DCM 강자', 'LG家 네트워킹' 공고히 하는 KB증권
KB증권은 '범LG가(家)' 출신 인사를 승진시키며 LG그룹과의 네트워킹 강화를 꾀하려 한다는 평가다.
KB증권 PE사업본부를 이끄는 김현준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김 상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모인 구훤미 씨의 둘째 사위로 알려져 있다. 올해 역대급 대어(大魚)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대표주관사 자리를 따내거나 LG화학의 1조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도맡는 등 LG그룹과의 네트워크 형성에 추후에도 공을 들일 전망이다.
KB증권은 IB부문 내 리더십 다지기에도 정성을 들이고 있다. IB 내 '성골'로 꼽히는 강진두 IB2총괄본부장과 주태영 기업금융1본부장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지난해 초 전무로 승진한 심재송 ECM본부장과 함께 주력 본부의 핵심 임원을 최근 1년새 모두 승진시킨 셈이다.
KB투자증권 시절부터 IB부문을 이끌어온 김성현 사장과 박성원 IB영업총괄 부사장 산하에 KB증권 출신 심재송 IB1총괄본부장(전무)과 현대증권 출신 강진두 IB2총괄본부장(전무), 조병헌 IB3총괄본부장(전무)이 배치된 형국이다. 미래에셋증권과 마찬가지로 피합병법인이었던 현대증권 출신들을 배려한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KB증권은 공격적인 조직 확장 포석도 내놨다. 두 개였던 IB총괄본부를 3개로 확대 개편하고, IB2총괄본부엔 인수합병(M&A)을 전담시키기로 했다. 커버리지2부를 신설하는 등 네트워크 강화에도 나섰다. 앞서 지난해엔 IPO를 담당하는 ECM 팀을 4개로 늘리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조직은 크게 확장했지만 아직 인력 충원이 빠르게 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며 빅딜 수임 이후 실무자들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며 "LG그룹과 유관한 인사의 승진 조치 이후 빅딜을 계속 수임할 수 있을지 여부도 증권가의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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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실적에도 인적쇄신 없던 신한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는 제이슨황 기업금융본부장(전무)가 증권가의 예상을 깨고 연임에 성공했다. 황 전무는 JP모건 한국법인 ECM 대표를 역임하며 한화생명ㆍ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굵직한 거래를 담당했던 '글로벌 IB 전문가'다. 신한금융과의 인연도 깊다. 2000년대 초반 신한금융의 뉴욕 증시 상장과 상환우선주 발행을 담당했다.
신한금융투자의 IB 경쟁력을 한 단계 격상시켜줄 인사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황 전무가 영입되던 2019년, 인베스트조선 ECM 리그테이블 전체 주관 부문에서 5위로 부상했던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2위로 밀려나며 순위권 밖에 머물렀다.
지난해 신한금융투자는 ECM파트 주니어급 실무자들의 잇따른 이탈로 홍역을 치렀다. 이수용 부장, 이진욱 부장 등 2명의 핵심 인력들이 각각 유안타증권, 파인밸류자산운용으로 둥지를 옮긴 데 이어 유예나 팀장도 지난해 운용사로 거처를 옮겼다. 유안타증권으로는 아예 실무자를 포함해 작은 팀 하나가 통째로 이동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2년 새 IPO 파트를 중심으로 20명이 넘는 퇴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탈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결국 ECM 파트를 총괄하고 있는 황 전무의 리더십에는 금이 갔다는 평가가 많다. 2019년 선임된 황 전무는 올해로 재임 4년차에 접어든다. ECM 부문이 단기적으로 실적을 내기 어려운 사업임을 감안해도, 여전히 이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점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다만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는 점이 연임의 배경으로 손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가에 황 전무만큼 외국계 출신 중량감 있는 ECM 담당 임원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한지주와의 인연도 깊은만큼, 그룹 GIB에서 아직 황 전무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공모시장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 IPO의 공동주관사를 맡은 건 성과로 꼽힌다. 다만 거래 수임엔 황 전무가 담당하는 기업금융본부보단 영업(RM) 업무를 담당하는 커버리지본부의 공로가 더 크다는 평가다.
증권사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삼성생명 이후 10여년만에 대형 IPO 트랙레코트가 생기는 것은 사실인만큼, 이 실적을 지렛대삼아 얼마나 추가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느냐가 연말 이후 인사를 가르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 사단' 유지하는 NH證…사내선 정영채 연임 유력設
NH투자증권 IB부문의 임원 인사엔 큰 변동이 없었다. 윤병운 IB1사업부 대표와 최승호 IB2사업부대표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두 인물은 오랜 기간 각 사업부를 맡아온 인사들이다. 정영채 대표를 중심으로 한 NH투자증권 IB부문의 핵심 인력으로도 분류된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인사 구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핵심 인력들의 승진 발령 인사가 나오며 사내에서는 '정 대표가 연임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 교체가 유력한 대표는 임원 인사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례로 통하는 까닭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검찰로부터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받아온 사기·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ECM에서 강점을 보였던 NH투자증권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거래에 초대받지 못한 것을 계기로 업계에서 부정적 소문이 많이 나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일단 IB부문에 큰 변화는 주지 않고 1년 더 안정적으로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