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투자는 스팩 합병 직전 사모로 미리 공모가에 투자하는 방식
대기업들 최근 미국 증시 입성 위해 스팩 투자 ‘열공’
미국 스팩 합병 시 파이프 투자 빈번...국내서도 관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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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국내 대기업 및 운용사들의 미국 파이프(PIPEㆍPrivate Investment in Public Equity)자 검토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그동안 해외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렸던 만큼 스팩 상장과 연관한 파이프 투자에도 관심이 쏠린다는 평가다.
파이프는 스팩(SPAC)과 대상회사의 합병 이후 목표 기업가치를 정해두는 투자 방식이다. 합병 직전 스팩과 대상회사 각각의 기업가치를 합한 규모의 차액만큼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펀딩을 진행하는 만큼 타겟 기업규모를 달성해야 기대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파이프 투자 사례가 초기 단계인 데다 주가 향방에 따라 투자 리스크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점은 부담요인이다. 스팩 특성상 상장 및 합병 이후에 주가가 올라야 파이프 투자 시에도 고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회사 뉴스케일이 스팩 합병을 앞둔 가운데 국내 대기업 및 운용사들이 해당 회사의 파이프(PIPE) 투자를 마무리 짓고 있다. 파이프 투자규모는 1000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크레디언파트너스, DS자산운용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물산이 약 240억원가량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뉴스케일이 루마니아 소형원자로 건설 수주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진 덕분으로 분석된다.
국내 벤처캐피털(VC) 및 PE(사모펀드) 운용사인 SV인베스트먼트 역시 파이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올해 1분기 내 미국 상장을 앞둔 인도네시아 핀테크기업 핀악셀의 합병을 앞두고 약 1400억원 규모 파이프 투자에 참여한다. 해당 기업은 지난 2019년 미래에셋증권과 네이버가 조성한 아시아그로스펀드에서 투자한 바 있다. 네이버 역시 후속투자 형식으로 파이프 투자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들도 기투자한 해외 스타트업의 엑시트 창구로 스팩 활용에 관심을 두는 가운데 파이프 투자 검토 사례를 늘리고 있다.
SK그룹은 작년 한 해 미국 에너지기업 모노리스, 유럽 전기차 생산회사 폴스타, 배터리 관련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 등에 투자했다. 한화 역시 수소 관련 니콜라 투자 외에 작년 11월 미국 전력관리 스타트업 랜시움 테크놀로지, 대체육 관련 뉴에이지미트 투자를 단행했다. 이 중 SES는 작년 7월 스팩 합병 시 현대자동차,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이 파이프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한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는 “최근 SK, 한화, 현대차 등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 및 대형 금융그룹 등도 미국 스팩 및 파이프 투자 검토를 하고 있다”라며 “스팩 합병 직전 마지막 투자 기회라고 생각하는 데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이프 투자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데는 유망한 해외 기술 기업의 경우 국내 대기업이나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관심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투자한 회사의 엑시트 창구로 스팩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파이프 투자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지는 추세다. 파이프 투자는 대상 회사와 합병 계획이 이미 정해진 상태인 만큼 단순 스팩 투자보다 리스크가 덜하다는 측면도 있다. 대기업들은 통상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치는 절차가 길지만 이미 투자해둔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빠른 투자 결정이 필요한 파이프 투자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과열됐던 미국 스팩 시장이 올해부터 정상화 되어가는 추세라는 점은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해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단순히 스팩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것과는 달리, 대상 회사의 '옥석가리기'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파이프 방식은 공모가에 투자할 수 있도록 룸을 열어주기는 하지만 스팩 상장 이후 주가가 꾸준히 올라야 수익률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합병 후 주가 관리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스팩에 투자하는 것보다야 파이프 투자 방식이 리스크가 덜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가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할 필요가 있다”라며 “최근 비정상적으로 과열됐던 미국 스팩 시장이 제자리를 찾는 분위기인 만큼 스팩과 합병할 대상 회사를 고르는 데 이전보다 까다로운 기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