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책 영향 크다 보니 글로벌 PEF 협력이 유리
다시 없을 대형 투자…국내 PEF들도 “기회 달라”
SK그룹 임원 CES 복귀 후 본격적인 접촉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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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 투자 기회를 잡으려는 사모펀드(PEF)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회사는 지금까지 글로벌 PEF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만, 국내 대형 PEF들도 다시 없을 투자 기회를 눈 뜨고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CES 2022 이후 SK그룹 경영진이 돌아오면 국내 PEF들이 본격적인 투자 전략 알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온 투자유치 주관사인 JP모건과 도이치는 최근 글로벌 PEF 위주로 투자설명서를 발송했다. 투자유치 규모는 3조원 이상, 투자자 수는 최대 3곳으로 거론되고 있다. 거래 진척 상황에 따라 PEF간 클럽딜이 될 수도, 단독 협상이 될 수도 있다.
SK온이 이번에 유치할 자금은 상당 부분 미국 내 배터리 제조 설비를 갖추는 데 쓰일 전망이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자국내 산업 보호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을 탑재하지 않은 전기차엔 추가 세금도 부과한다. SK온이 핵심 고객인 포드와 계속 일하려면 미국에 설비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 관련 설비는 바이든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인프라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배터리 사업은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질 수 있다. SK온 입장에선 미국내 영향력이 큰 글로벌 PEF를 사업 파트너로 유치하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PEF 중에서도 KKR에 먼저 시선이 간다. KKR은 작년 2조4000억원 규모 SK E&S 우선주 투자자로 낙점됐다. 경쟁사들이 제시한 조건 중 SK그룹에 유리한 것들을 적극 수용하며 의지를 보였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SK온 대표이사로 선임돼 배터리 사업을 이끌고 있다. 조셉 배 KKR 최고경영자는 최 수석부회장을 자택에 초대할 정도로 사이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글로벌 PEF들이 SK온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내 대형 PEF들도 투자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우리 기업 주도의 유망 산업에 토종 PEF가 완전히 배제되면 체면을 구기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 PEF가 자금력에선 글로벌 PEF를 압도하긴 어렵다. 그러나 한 PEF 당 1조원씩 투자금을 유치하는 구조라면 국내 10위권 안의 PEF들도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활용해 충분히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SK E&S 투자유치 때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가 받아온 투자확약(LOC) 규모만 5조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각광받는 투자 영역이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배터리 산업도 함께 크겠지만, 앞으로 이만한 규모의 소수지분 투자 기회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별도의 투자유치 없이 바로 상장에 직행했기 때문에 PEF들은 입맛만 다셔야 했다. 수요처를 잡아둔 상태에서 하는 투자다보니 위험성도 크지 않아, 국내 출자자(LP)들을 설득하기에도 용이하다. 다만 글로벌 PEF보다 후발 주자인 만큼 보다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국내 대형 PEF들은 배터리와 관련된 투자 경험이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IMM크레딧솔루션은 작년 배터리 전용 블라인드펀드 KBE(Korea Battery & ESG)를 결성했고, 배터리 소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해외에서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에 투자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동박 제조사 일진머티리얼즈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고, 글랜우드PE가 투자한 PI첨단소재는 배터리용 절연테이프도 생산하고 있다.
한 대형 PEF 관계자는 “SK그룹에선 글로벌 PEF를 우선 협상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국내에도 문을 열어주면 투자할 생각이 있다”며 “블라인드펀드와 공동투자펀드, 인수금융 등을 활용하면 조단위 자금을 모으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PEF들의 움직임은 조만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주요 그룹 경영진들은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현지시간 1월 5일~1월 8일)에 참석하기 위해 대거 미국 출장길에 오른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협상해야 하는 각 그룹 주요 거래들이 소강 상태다. 기업들은 경영진과 임원들이 귀국 후 격리 의무를 면제받기 위해 작년 말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했다.
SK그룹도 CES 2022에서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등이 합동 전시관을 꾸려 나서 수소와 배터리 등 친환경 관련 기술을 선보인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미국에 가지 않았으나 SK이노베이션 경영진 등 SK온 투자유치와 관련된 인사들도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자들이 돌아오면 국내 PEF들의 접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형 PEF 관계자는 “국내 웬만한 대형 PEF는 다 SK온 투자를 위해 줄을 서 있는 분위기”라며 “SK그룹 임원들이 CES를 마치고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거래를 따내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