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임원 승진…글로벌·신사업 총괄
"정당성 확보 위한 성과 보여야 신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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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정기 인사에서 CJ그룹은 임원 직급을 통폐합하는 '파격'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인사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담당이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성장동력 확보’라는 숙제를 안은 가운데 CJ그룹이 ‘승계 스토리’를 향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달부터 CJ는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눠진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한다. 경영리더의 처우,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서만 결정된다. 대기업 중 임원 직급을 2~3단계 축소한 사례는 있지만, 사장급 이하 임원을 하나로 묶은 곳은 CJ가 처음이다.
이제 막 시행돼 평가는 이르지만, 큰 변화에는 부작용도 뒤따르는 만큼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 직급 통합은 경우에 따라 ‘아래 연차’와 묶이게 되는 윗급 직급의 불만이 생길 수 있지만, 한편으로 임원의 경우 전반적인 상향조정이 되는 장점도 있다.
CJ그룹은 과거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급통합을 내부적으로 추진하려 했으나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직급이 연봉 인상과 직결되는데 이를 통합하면 제 연차가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이에 CJ푸드빌 등 일부 ‘힘 없는’ 계열사에서 시범 시행됐다.
CJ는 이번 임원 직급 단일화를 먼저 시행하고, 이후 일반직원들의 직급체계도 단순화하는 방안을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이미 CJ제일제당도 7단계에서 3단계로, CJ CGV와 CJ푸드빌도 4단계로 직급 체계를 개편한 상태다. CJ ENM, CJ대한통운도 내년부터 단순화된 새로운 직급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시대가 변하며 기업들의 인사제도 혁신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격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연공서열과 직급 위주의 조직은 우수 인재들의 역량을 끌어내기 어렵다. CJ그룹은 2000년 국내 최초로 ‘님’ 호칭을 도입하고, 2012년에는 입사 후 10년 만에 임원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사제도 혁신에서 선두에 자리한 기업으로 꼽힌다.
‘타이밍’을 고려하면 이번 직급 개편이 이선호 경영리더의 안정적인 임원 승진의 포석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CJ그룹은 지난해 11월 신년사에 나올법한 ‘중기 비전’을 깜짝 발표한 이후 CJ제일제당의 바타비아 인수(2677억원), CJ ENM의 엔데버 인수(9300억원) 등 이벤트를 이어갔다. 통상 인사로 시끄러운 타 대기업에 비해 조용한 연말을 보냈다. 올해 CJ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 전원은 유임됐다.
CJ그룹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직급 통합이 그룹 내부에서 직원들의 반발이 컸던 만큼 ‘다루기 쉬운’ 임원들로 대상이 간 것”이라며 “인사 개편은 그룹의 장기적인 지향점, 인건비, 집단의 수용성 등 다양한 점이 고려됐겠지만 CJ그룹의 주요 현안이 승계인 만큼 이선호 담당의 잡음없는 승진을 위한 장치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CJ 관계자는 “직급 개편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계속 준비했던 것으로, 이선호 경영리더의 승진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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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에서 글로벌 사업을 맡고있는 이선호 경영리더는 지난해 9월 CJ제일제당이 미국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와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으며 첫 대외활동 행보를 보였다. 이선호 경영리더는 2013년 그룹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17년 부장에 올랐다. 바이오사업, 식품 전략기획 등을 담당하다가 불미스럽게 물러난 후 지난해 1월, 1년4개월 만에 부장으로 복귀했다.
최근 조직 개편으로 이선호 경영리더는 ‘글로벌·신사업’이라는 성장의 키를 쥐게 됐다. 4일 CJ제일제당은 본사를 ‘글로벌HQ(헤드쿼터)’와 ‘한국 식품사업’으로 분리한다고 밝혔다. 글로벌HQ는 마케팅·연구개발·생산 등의 주요 기능을 편제해 국내외 전 지역의 사업을 관리하는 역할로, 이선호 담당이 글로벌HQ 산하에 신설된 식품성장추진실과 함께 조직 운영을 주도하게 된다. 성장 동력 확보가 제일제당의 당면 과제인 만큼 사실상 핵심 역할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화이트바이오를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 실적에 기여하는 부분은 미미하고, 다른 사업을 벌이기엔 현금이 많지는 않아서 사업 측면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회사 측은 주가 부양 의지가 높지만 현재 글로벌HQ 분사, 건기식 분할, 레드바이오 진출 등의 이벤트가 실적이나 주가에 유의미하진 않다”고 말했다.
CJ그룹의 장기적 우선 과제는 결국 경영권 승계다. CJ그룹은 대기업 중에서도 지배구조가 가장 깔끔한 곳으로 꼽힌다. 오너가 지주사 지분을 안정적으로 갖고 있고, 그 지주사가 계열사들을 고루 보유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경영권 분쟁도 없다. 핵심 사업이 내수 생필품이라 사업도 안정적이다.
이처럼 괜찮은(?) 환경이지만 그동안 CJ그룹이 보인 행보에 시장의 시선이 곱지많은 않다. 과거 CJ그룹은 ‘유통과 IT의 시너지’를 위해 ‘CJ올리브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을 합병해 ‘CJ올리브네트웍스’를 만들고, 이후 CJ파워캐스트 자회사 편입·지분 스와프 등의 과정을 거친 후 다시 ‘올리브영’과 ‘IT회사’를 인적분할로 쪼갰다. 이 과정을 거쳐 이선호 경영리더가 CJ㈜ 지분, 올리브영의 지분을 확보했다. 승계 재원 마련의 핵심으로 꼽히는 올리브영은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 준비 중이다.
이선호·이경후 경영리더는 CJ㈜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 이선호 경영리더는 CJ㈜의 4우선주(신형우선주) 지분을 25.16%로 늘렸고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24.19%로 끌어올렸다. 해당 4우선주는 2029년 의결권을 가지는 보통주로 전환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승계 자본 조달을 위해 '떼고 붙이기(?)'를 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사업 면에서도 성장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