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에 신년사에 먹거리 키워드는 ‘글로벌’
리스크 관리는 숙제...중·후순위 투자에 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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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증권사들이 잇따라 해외 투자를 재개할 계획을 세우는데 분주하다. 새해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 사업에 방점을 찍는 등 한동안 위축됐던 해외 대체투자 먹거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은 물론, 최근 비상장 투자까지 나서는 증권사들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리스크 관리가 여전히 숙제라는 평이다. 경기회복 시그널은 있지만, 올해까지는 대외 환경 요인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일 대표이사 직속으로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했다. 해외 IB사업을 강화해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신임 본부장으로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국투자PE) 소속 빈센트 앤드류 제임스 상무가 선임됐다.
한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상무는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메사추세츠공과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SC PE(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 등을 거친 글로벌 IB 전문가다.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초 신설된 IPO솔루션팀 역시 좋은 글로벌 투자처를 적극 물색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팀은 미래에셋증권이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의 기회를 본격 발굴하기 위해 새로 만든 조직이다.
꼭 주관사 업무와 연결되지 않더라도 좋은 비상장 투자 건이 있다면 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유망한 해외 비상장 회사가 있다면 그룹 차원에서도 적극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과 연계해 좋은 딜을 발굴한다는 복안이다.
NH투자증권은 2016년 설립한 영국 런던사무소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유럽 지역에서 IB업무를 확대하는 기반을 더욱 단단히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NH투자증권은 홍콩, 베트남, 미국, 싱가폴, 인도네시아, 중국 등 6곳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대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증권사 전반적으로는 코로나 이전까지 활발했던 해외 부동산 투자 시계도 빨라질 전망이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작년 하반기부터 이미 해외 출장을 재개하는 증권가 IB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그동안 위축됐던 글로벌 IB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은 올해부터 전반적인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 열기가 활발해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2년째 이어진 코로나로 한동안 출장길이 막히며 해당 사업부문은 사실상 '올스톱' 된 바 있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초대형사의 투자여력이 확대된 데다 백신접종에 따른 해외이동 제약이 완화되고 있어 해외 대체투자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향후 경기회복 전망을 감안하면 해외 실물자산 가치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상장이나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부문은 투자 리스크가 큰 만큼 증권사들이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특히 비상장 투자의 경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에 속하고 있다. 만약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상장까지 이어진다면 성공적인 투자 수익률을 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칫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는 탓이다.
윤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대체투자 시 단일 차주의 대형 약정 건인 경우가 많아 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큰 데다 주로 중순위나 후순위로 투자한 비중이 높다는 점이 부담요인"이라며 "테이퍼링이나 금리인상 관련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증권사별 해외 대체투자 증가 속도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