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과 두드러질 SK온…글로벌 순위 경쟁까지
IPO로 12조 확보할 LGES…美·中·EU 확장전 본격화
비교적 잠잠한 삼성SDI…그룹發 전략 변화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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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 수장을 맞이한 국내 배터리 3사의 올 한해 성과 경쟁이 막을 올렸다. 속도전에 나선 SK온은 올해를 기점으로 2위 자리를 굳히고 1위까지 넘보겠다는 의지를 엿보이고 있고, 기업공개(IPO)를 앞둔 LG에너지솔루션(LGES)은 조달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3자 구도에서 비교적 존재감이 줄어든 삼성SDI가 과감한 전략 변화를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EV볼륨즈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약 678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0년 집계된 324만대보다 2배 이상 불어난 수치다. 작년 3분기를 기점으로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의 시장 침투율은 7.7%를 기록했다. 성장 속도를 감안했을 때 이르면 내년 중 대중화 변곡점을 넘어설 수 것으로 기대된다.
LGES와 SK온, 삼성SDI는 전기차 시장 폭발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5%로 연간 기준으로는 40%를 앞두고 있다. 특히 확장 속도가 가장 가파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3사의 우위가 지속될 예정이다. 연말을 전후해 새 리더십 체제를 구축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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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단연 SK온이다.
SK온은 지난해 말 연간 전기차 판매량과 배터리 출하량 집계가 완료되면 시장 점유율 기준 국내 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LGES와의 소송전 끝에 확보한 미국 포드라는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장기 성장 발판도 마련했다. 올해 중 양산에 들어가는 공장 물량을 바탕으로 올 연말을 전후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1~2 계단 올라갈 거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이 가장 크게 주목하는 것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수익 전환 시점이다. 아직까진 유일한 적자 기업으로 만년 3위라는 세간 인식을 해소하기 힘든 까닭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상반기 중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손익분기점(BEP) 도달이 가능할 거란 기대도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등 수급난으로 인한 전기차 생산 차질 등 변수가 적지 않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복귀와 함께 미국과 유럽 전기차 시장은 물론 자본시장에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지난해 발표한 포드의 북미 공장 외 유럽 공장의 수주물량과 부지 발표를 앞둔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220조원인 수주잔고가 300조원 규모로 불어나며 현재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투자유치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시절부터 자사 배터리 사업이 저평가 받고 있다고 판단해 매 시기마다 점유율, 수주잔고, 생산능력 등 수치 형태로 성장성을 어필하고 있다"라며 "조달 전략에서는 글로벌 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선두 주자와 차별화하고 있는데 앞으로 거둘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다만 글로벌 1위 자리를 두고 중국 CATL과 경쟁하는 LGES와의 격차는 단기간 내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LGES는 오는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며 최대 12조75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LGES는 이번 공모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2025년까지 북미에 160GWh, 유럽에 100GWh, 중국에 110GWh 이상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2025년 기준 LGES의 글로벌 배터리 셀 생산능력은 약 430GWh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SK온의 목표치 2배 규모다.
IPO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글로벌 확장에 돌입하는 것이 권영수 부회장 복귀 이후 LGES의 과제이자 성과가 될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전기차 화재와 충당금이 발목을 잡으며 한차례 상장이 미뤄진 만큼 현재는 상장 작업 완료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SDI는 아직까지 리더십 교체에 따른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삼성SDI의 과감한 승부수가 없다면 배터리 경쟁이 LG와 SK의 2파전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시장 집계를 바탕으로 투자자단에서도 배터리 공급 부족 우려를 체감하고 있다. 산업 변화의 최전선에 전기차가 있다 보니 배터리 산업도 필수 인프라로 지위가 오르고 있단 평이다. 아직까진 신생 업체의 위협이 현실화하기 어려워 3사 모두 경쟁력에선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SDI의 새 리더십이 SK와 LG 수준의 적극적 투자로 이어질지 관심이 상당한 이유다.
삼성SDI의 전략 변화는 현재 국내 3사를 두루 접촉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수주 결과로도 드러날 수 있다. SK온과 LGES도 각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지만, 삼성SDI는 의지만 있다면 폭스바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계약 조건이 까다로운 폭스바겐 물량을 삼성SDI가 가져갈 경우 주도권 경쟁을 이어가겠다는 신호가 될 거란 얘기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최윤호 사장 합류 이후 삼성SDI의 기조 변화를 가늠하기 위해 시장에서도 삼성그룹의 모빌리티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며 "사업부 개편 가능성과 함께 그룹 차원에서 삼성SDI 배터리 사업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오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