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기관 연초 이후 연이은 순매도
상장 후에도 대형주 매도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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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LGES) 청약 자금 마련 위해 최근 연기금과 기관의 매도가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LGES 상장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상장 후 LGES가 단숨에 시총 규모 2~3위에 올라 주요 지수에 편입되면, 기관에선 시총 비율에 따라 기계적으로 LGES를 매수하고 그만큼 타 종목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12일 증권가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어진 연기금과 기관투자자의 매도 중 일부는 LGES 매수를 위한 자금 만들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연기금의 연이은 매도에 기관도 같이 물량을 털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일부 기관에선 '무지성'으로 파는 게 아니냐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LGES의 기관 수요예측이 11~12일 동안 진행되는데, 첫날 베팅할 경우 LGES에서 청약 가점을 준다고 해서 11일에 자금이 많이 몰렸다"며 "LGES에 청약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보유 종목들을 팔다 보니 연초부터 연기금과 기관의 순매도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상장 이후에도 기관이 LGES를 추가로 매수할 거란 전망이다. 패시브 펀드에서 LGES 시총 비중에 따라 편입 종목을 기계적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배정 물량만으로는 아무리 많이 받더라도 벤치마크를 채우기 힘들 거란 이유에서다.
상장 후 시총이 높아질수록 연기금과 기관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희망공모가 밴드 최상단을 기준으로 한 예상 시총은 70조원이다. 증권사에서는 LGES의 적정 몸값을 100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장 후 시총이 100조원을 넘을 경우 SK하이닉스(시총 약 93조원)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2위에 오르게 된다.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하면 180조원까지 바라볼 수 있다.
연기금과 기관에서 추가로 사야 하는 금액이 엄청날 수도 있다는 평가다. LGES의 시총을 70조원으로 가정해도 코스피 시총의 3%가 넘는 수준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월간 기준으로 기업공개(IPO) 종목 시가총액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2% 수준을 넘으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가 상장한 다음 날부터 해당 종목의 편입이 벤치마크에 반영돼, 첫날에 기관들끼리 엄청난 전쟁터가 펼쳐질 것"이라며 "문제는 대다수 기관이 락업을 길게 신청해서 유통주식 수가 많지 않을 것이다. 리테일 물량을 빼면 사실상 매도 물량이 없어 보여 리테일이 얼마나 팔지가 관건이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LGES 상장 이후에도 단기적으로 증시에 수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상장 후 LGES가 주요 지수에 편입되면 기관의 기계적 LGES 매수로 다른 종목의 매도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LGES를 두고 시장을 망가뜨리는 '블랙홀'이라 칭하기도 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LGES 상장 이후 대형주와 2차전지 섹터 종목에서 비중 하락이 예상된다"며 "이후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현대엔지니어링 등 초대형 IPO가 예정돼있어, 상장 전후로 공모주로 '머니무브'가 일어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