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측 증권사들 역(逆) 마케팅 나서며 물량 확보 치열
주간사도 미확약대비 의무보유확약 혜택줘 흥행 이끌어
다만 2경원은 소규모 운용사도 무리하게 베팅한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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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 ES)이 국내외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2000대1 수준의 경쟁률과 2경(京)원 규모의 모집금액을 기록했다. 아직 해외 기관 집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해당 모집금액 규모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신기루’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국내에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 최대수량인 ‘7조원’ 수준의 펀드를 보유한 기관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일부 소규모 운용사들은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자기자본보다 더 높은 금액만큼 주문을 넣었고, 일부는 최대 수량 7조원을 써내기도 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기관 청약 경쟁률은 2040대 1을 넘어서고 있다. 해외기관 수요예측 집계 마무리하기 전 기준인 만큼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있다. 역대 최고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한 SK아이테크놀로지의 1883대1을 훌쩍 넘어선 모습이다.
국내외 기관들의 총 주문액은 2경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사실상 희망 공모가 밴드의 최상단인 30만원으로 공모가가 정해지는 것이 확실시됐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LG ES이 공모가를 더 높일지 여부도 관심사란 목소리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예측 결과와 공모가를 확정해 14일 공시할 계획이다.
다만 2경원이란 모집금액 규모는 ‘신기루’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열된 청약 열기에 일부 소규모 운용사들이 자산 대비 주문 금액을 높게 써내면서 만들어진 비현실적인 규모라는 지적이다.
통상 공모주 청약시 펀드 규모가 클수록 많은 물량을 받는다. 이를 악용, 일부 소규모 운용사들은 보유 펀드수탁고(NAV)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신청했다. 일례로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보유한 기관이 이의 7000%가량인 7조원(공모 최대수량)을 적어내 물량을 더 받으려 했다는 지적이다.
NAV를 높게 적어내는 것은 그간 인기가 많은 발행사의 IPO에서 기관들이 자주 사용한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에는 그 수준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신청수량은 우리사주조합 몫을 제외하면 7조원 규모로 알려져있는데 국내 단일 펀드 중 그정도 금액을 운용할 수 있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정도라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2경원이란 숫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우리사주조합분까지 포함한 최대신청수량 ‘9조원’ 청약해도 납입할 수 없으면서 풀베팅한 소규모 운용사가 많다. 1000억원대 펀드를 운영하는 곳은 NAV를 9000%라고 적은 셈이다"라고 말했다.
의무보유 확약을 신청한 국내 기관 비율도 80%에 이른다고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공모주 물량을 더 확보하기 위해 최장인 6개월 의무보유 확약을 신청했을 것이라고 예상해온 바 있다. 수요예측 전부터 올해 IPO(기업공개)시장 최대 대어(大魚)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까닭에서다.
일부 기관들은 이례적으로 증권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역(逆)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통상 주식을 사는 기관쪽에서 청약 경쟁률이 과열될 것을 예상해 주관사측에 골프, 식사접대 등에도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주간사측에서 적극 마케팅에 나선 것도 뜨거운 수요예측 분위기에 '한 몫'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간사측에서 이번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하면 미확약 대비 4~6배에 이르는 물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최대 대어중 하나인 카카오페이 수요예측 당시 미확약 대비 의무보유확약을 신청한 기관투자자들은 1~4배가량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었다. 카카오페이 때보다 장기간 의무보유확약비을 신청할 유인이 더 컸던 셈이다.
수요예측에서 첫날 신청을 하면 청약 가점 대상이었던 것으로도 파악된다. 이에 수요예측 첫날인 11일에 자금이 대폭 몰렸다는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 첫날 주문하면 청약 가점을 주겠다고 전달받았다”라며 “다만 청약 자금으로만 1경원이 몰리는 등 경쟁이 과도해질 조짐이 나타나면서 주관사 측에선 당초 말한대로 가점을 주거나 물량의 차이를 둘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