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사태로 저평가 받아
KB금융과 신한금융의 M&A 성과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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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의 투자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비은행을 비롯한 그룹 전체적인 포트폴리오 면에서 KB금융그룹이 더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비은행 확장을 시작한 하나금융은 성장성 면에서, 은행 비중이 높은 우리금융은 금리 상승 수혜를 본다는 점에서 신한금융보다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이는 국내외 주요 증권사의 분석 레포트에서도 확인된다. 신한금융 목표가 산출에 적용하는 가치산정 척도에 경쟁사에 비해 '할인'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은행주 1위로, 1위 프리미엄을 적용받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세에도 국내 주요 은행금융지주 목표 주가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해 화제가 된 홍콩계 증권사 CLSA 레포트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목표 주가 하향 조정폭이 컸다. CLSA는 신한금융 목표 주가를 5만65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이전 제시 가격 대비 20% 낮춰 잡았다. KB금융은 10%, 하나금융은 15% 하향 조정했다.
가치산정 배수에 경쟁사 대비 할인율도 적용했다. 2021년 예상 실적 기준 KB금융엔 5.2배의 주가수익비율(PER) 배수를, 신한금융엔 4.7배를 적용했다. 2021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 배수 역시 KB금융에만 0.5배를 적용했다. 신한금융은 우리금융ㆍ하나금융과 함께 0.4배를 적용받았다.
적용 배수 하락폭도 신한금융이 가장 컸다. 2021년 기준 내재 PER(Implied PE) 배수를 6.5배에서 5.0배로 낮췄다. KB금융은 6.5배에서 6.0배로, 하나금융은 6.0배에서 5.0배로 낮춰잡았다. 신한금융의 2021년 예상 이익 규모 역시 이전 전망치 대비 4.7%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경쟁사 예상 이익 하락폭은 1%에 머물렀다.
이 같은 시각은 크레디트스위스(CS) 역시 마찬가지였다. CS 역시 최근 레포트에서 신한금융에 적용하는 PBR과 자기자본이익율(ROE) 예상치를 KB금융 대비 낮게 제시했다.
CS는 해당 보고서에서 "신한금융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실적 저하 우려와 라임펀드 사태로 기소되면서 잠재적 손실 위험이 존재한다"며 "여기에 최근 매크로 불확실성으로 자산 가치가 빠르게 저하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올해 반영해야 하는 사모펀드 관련 보상비용을 2000억원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KB금융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잇딴 인수합병(M&A)을 성공리에 마무리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됐으며, 자본여력이 견고하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KB금융의 수익창출 능력이 높아졌으며,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됐다"면서 "KB금융은 강력한 소매금융을 기반으로 디지털 전환에 노력하고 있고 핀테크와 디지털 경쟁에서 대항할 수 있는 금융지주 중 가장 낫다"라고 평가했다.
한 국내 금융 담당 연구원 역시 "증자까지 진행했음에도 오렌지라이프 인수 및 합병 이외에는 눈에 띄는 움직임이나 이벤트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는 사이 KB금융은 LIG손해보험, 현대증권에 푸르덴셜생명까지 인수하면서 M&A 효과를 차곡차곡 누적시켜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종합금융그룹 측면에서 경쟁사인 KB금융에 밀린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측면에서의 투자 매력이 높은 것도 아니라는 평가다.
하나금융의 경우 증권 자본을 크게 확충하고,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는 등 비은행 확장을 이제 시작한 단계다. 기존 주가에 저평가된 부분이 있었던데다, 비은행 성장성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2020년까진 은행지주 주식 중 유일하게 반기 배당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 의존도가 높은 부분이 금리 상승기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경쟁 금융그룹의 경우 비은행의 하락세로 인해 수익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데, 우리금융은 은행 순이자마진(NIM) 상승분이 지주의 수익 상승으로 거의 고스란히 이어지는 까닭이다. CLSA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등 주요 외국계 증권사가 최근 우리금융 목표가를 높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디지털 부문 성장성에서 신한금융이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를 따라갈 거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대장주이던 시절 수급적인 면에서 수혜를 누리던 게 여기저기 분산되면서 애매해졌다"며 "KB금융이 약진한데다 PBR 기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저평가 상태이기 때문에 신한금융은 상대적인 장점이 적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