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날 리니지' 득세하며 오딘 인기 급격히 꺾여
올 상반기 신작 모멘텀 부재...NFT 기대감이 목표가에 반영
규제 넘어야 하는데다 매출 실체화까진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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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딘 매직'의 효력이 끝났다. 누구도 생각 못했던 모바일게임 '오딘'의 흥행대박으로 지난해 하반기 가장 뜨거운 게임주였던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연초 이후 하락폭만 20%가 넘는다.
올 상반기엔 신작 기대감이 없다시피한 상황이다. 그나마 증권가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건 대체불가능토큰(NFT)ㆍ메타버스 플랫폼 등 지난해 유행했던, 실체는 모호하고 당장의 매출은 기대하기 어려운 신사업 정도다. 일부 기관은 이를 '희망고문'이라 표현한다.
지난해 장 중 한때 11만6000원까지 치솟으며 상장 1년여 만에 공모가 2만4000원 대비 5배 가까이 치솟았던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올해 들어 급락을 거듭하며 7만2000원선까지 밀렸다. 연초 이후 주가 낙폭은 20%에 이른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보합이었고, KRX 게임 지수는 13% 하락했다.
급등 배경도, 급락 이유도 '오딘'이었다. 라이언하트스튜디오가 개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은 지난해 하반기 출시 직후 매출 1위에 오르며 지난 3년 간 '제왕' 자리를 지켜온 리니지M을 끌어내렸다. 새로운 대세 게임의 탄생에 시장은 열광했다.
오딘이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에 기여한 매출액은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카카오게임즈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률을 감안해 추산한 이익 기여 규모는 500억~600억원 정도다.
그러나 오딘 출시 이후 카카오게임즈 시가총액은 약 4조원에서 한때 9조원으로 5조원 이상 증가했다. 오딘이 최소 2022년까지 매 분기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카카오게임즈 모바일게임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가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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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오딘은 지난해 11월 초 매출 1위 자리(구글플레이 기준)에서 내려왔다. 엔씨소프트에서 출시한 리니지W가 초기 악평을 딛고 매출 확보에 성공하면서다. 구매력을 갖춘 유저들이 경쟁 게임인 리니지W로 이탈하며 한때 오딘의 매출 순위가 3위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주가도 이 때를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오딘의 성공 배경을 두고 카카오게임즈와 라이언하트스튜디오의 '공'(功)보다는 엔씨소프트의 '과'(過)가 더 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딘은 전형적인 '리니지 라이크'류 게임으로 꼽힌다. 그래픽과 일부 세부요소가 다를 뿐, 게임의 기본적인 골격ㆍ흥미 유발 요소ㆍ매출 구조까지 판박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는 엔씨소프트가 과도한 결제 유도로 인해 유저들의 민심을 잃어가는 시점이었다. 리니지에 실망한 유저들이 비슷한 재미에 좀 더 양심적인 과금 구조를 갖춘 오딘으로 몰려간 것이다.
'리니지 라이크'가 '오리지날 리니지'를 완전히 넘어서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리니지W 출시 이후 오딘의 상승 곡선도 탄력을 잃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초기 리니지W에 대한 불만을 인지하고 실제로 일부 과금 유도 콘텐츠를 삭제하는 등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유저들이 다시 리니지로 돌아가기 시작한 것 같다"며 "유저들을 붙잡아두고 지속적으로 매출로 유도하는 노하우는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 등 타사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6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까지 언급되던 오딘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추정치는 현재 1400억~1900억원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모바일게임 매출액 추이는 하향 안정화가 기본이다. 개발사 역시 매출 감소 추세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딘이 한 분기에만 4000억원이 넘는 폭발적 매출을 냈던 지난해 3분기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것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오딘의 매출 하락폭을 다른 게임이 메워줘야 한다. PC온라인의 '엘리온', 모바일의 '달빛조각사'나 '가디언테일즈' 등 기존의 캐시카우 대접을 받았던 게임들의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 추정치 기준 총 25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문제는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매출을 이끌어 줄 신작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딘의 대만 진출이 예정돼있지만, 큰 기대를 거는 시각은 많지 않다. 지난해 엘리온이 그랬듯, 국내 출시 게임의 글로벌 유통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까닭이다.
심지어 대만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로 국내 게임 시장 규모(17조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만 시장은 중국 진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지만, 중국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해외 게임에 대한 판호(허가)를 내주지 않는 정책을 고수해오면서 기대감이 많이 꺾인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타이틀이 '우마무스메' 정도다. 우마무스메는 일본 경마의 경주마를 캐릭터화(化)한 이른바 '미소녀 게임'이다. 지난해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절대강자였던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꺾고 매출 1위에 오른 화제작이다.
우마무스메의 국내 흥행을 점치는 의견은 반반이다. 한일 양국 사이의 문화의 골이 큰 까닭이다. 우마무스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일본 경마협회의 실존 경주마를 의인화한 것이다. 경마 문화 자체가 국내보다 더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젊은 층에 익숙해, 게임 출시 이전부터 마니아층이 상당부분 형성돼있었다는 지적이다.
한 일본 소재 게임사의 현직 개발자는 "일본은 가족 나들이를 경마장으로 갈 정도로 경마가 익숙한 문화 중 하나인데 한국은 그렇진 않다"며 "게임 자체는 재밌지만 이미 관심있는 유저들은 일본 서버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고, 국내 출시 후엔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야 할텐데 최근 넥슨 등 대기업까지 '미소녀 게임'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카카오게임즈를 'NFT 플랫폼 기업'으로 포장하고 있다. 현 목표 주가 역시 이를 기반으로 산정한 논리가 대세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프렌즈게임즈가 NFT 거래소를 개발 중이고, '보라'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주요 주주 중 하나가 카카오다. 카카오 그룹 내에서 클레이튼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해 유통하고 있기도 하다.
게임사의 NFT 사업은 결국 암호화폐와 메타버스, P2E(Play to Earn;게임으로 돈을 버는 행위)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참고기사: 게임사에 '발권력' 주니 튀어나온 P2E...암호화폐 광풍에 '본질' 잊었다) 다만 기본적으로 암호화폐는 법의 회색지대에 위치해있고 P2E는 불법이라는 점이 핵심 이슈다. 언젠간 허용될 수밖에 없다는 기대감을 목표 주가에 논리로 반영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위메이드의 자체 발행 코인인 '위믹스' 매도 사건으로 인해 게임사의 '암호화폐 발권력'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선 상태다. 탈중앙화와 새로운 생태계를 추구한다면서, 결국 무(無)에서 발행한 코인을 명목화폐(Fiat Money)로 교환한 것이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하겠다는 NFT사업 역시 '디지털 소유권' 사업을 통해 과연 언제부터, 얼마나 수익이 날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연구원은 "게임 내 NFT 자산은 결국 해당 게임의 인기와 연결되고, 엔터테인먼트와 연결된 NFT 자산은 결국 연예인 '굿즈'(팬들을 위한 상품)와 다를 것이 없다"며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가 '시간을 NFT화해 판매한다'는 개념을 내놨는데, 이 역시 일부 인플루언서와 그 팬들을 위한 닫힌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매도 사태로 인한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관련 이슈로 관리 책임이 있는 카카오와 당사자인 카카오페이는 영향을 받았지만, 상장 후 1년 반동안 주주나 경영진 이슈가 비교적 적었던 카카오게임즈는 이런 외부 변수보단 실적 우려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게임사는 신작과 게임 실적으로 말을 해야 하는데, 아직 가시화하지도, 합법화되지도 않은 신사업으로 주가를 전망한다는 건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며 "NFT를 간판 삼아 카카오게임즈 목표 주가를 10만원 이상으로 내놓는 건 개인적으로 '희망고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