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보호 방안 포함해야 예심신청 가능할 듯"
빅딜 고픈 證, 그간 '컨설턴트'·'마케터' 역할 대신해
1억에 달하는 법률자문 비용 대납할지 여부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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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별도 회사로 만든 뒤 이를 기업공개(IPO)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고개를 들었다. 규제가 현실화하면 상장을 추진하는 발행사가 우선적으로 접촉하게 될 '증권사'는 법률 자문 부담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에 대한 자문 비용 추가도 불가피하다.
그 비용 부담을 누가 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IPO 시장이 호황이던 지난 2년간 증권사들은 치열한 주관 경쟁에 시달렸다. 상장 당일 활용될 판촉물 제작 등을 '서비스' 개념으로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사례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자문 비용을 발행사가 아닌 증권사가 떠안을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단 증권사들은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지만, 빅딜(big deal)을 수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한숨소리도 들려온다.
지난 10일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이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손병두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 이사장이 상장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증권가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손 이사장은 "기업이 청문회나 간담회를 통해 소액주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했는지, 기존 주주에 대한 보호책을 마련했는지 등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심사조항으로 추가하는 것만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중소형 기업들은 관련 심사를 강하게 받아왔다.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일부 중소기업들이 주력 사업을 물적분할해 상장하려는 시도를 하는 데 거래소가 엄격히 심사했다는 설명이다. 즉, 이번 물적분할 후 상장 규제 관련 논의의 주인공은 '대기업'인 셈이다.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향후 상장이 예정돼 있는 SK온 등이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관련 규제에 대해선 거래소도 논의가 진행 중인 단계여서 관련 업계가 유의미한 대책을 세우기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다만 손 이사장의 발언에 투자업계는 '신주인수권 등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없으면 예비심사(이하 예심) 신청 조차 어려울 수 있겠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는 안을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기업들은 이미 고강도의 평가를 받고 있긴 하다"라면서 "아직 감이 안 잡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관련해서 제도나 규정이 생길 경우 예비심사신청 단계에서 소액주주 보호와 관련된 사항이 준비된 경우에만 신청을 받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당 법률자문 비용 부담을 누가 질 것인가'가 벌써부터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통상 증권사가 법무법인을 끼고 상장 채비에 나설 경우 최소 1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전해진다.
'치열해진 주관경쟁'으로 인해 증권사가 비용을 떠안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IPO가 호황이던 지난 2년간 증권사 실무진들은 '컨설턴트'이자 '마케터'였다.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입찰제안요청서(RFP)에 담긴 신사업 및 규제 관련 고민들에 해결책을 제시했고 상장 당일 거래소에 걸리는 판촉물에 대한 비용을 대신 지불해왔다.
최근 발행사가 배포하는 RFP의 분량이 늘고 질문의 난이도가 올라갔다는 지적이다. 신사업 아이디어나 규제 등에 대한 대안책을 요구하는 질문들도 포함되고 있다. 2년 전 증시에 상장한 크래프톤을 시작으로 카카오뱅크도 증권사들로부터 3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제안서를 받아냈다. 케이뱅크도 기민한 질문들을 포함한 16페이지 분량의 RFP를 증권사들에게 맡긴 상태다.
또한 증권사들은 상장 흥행을 돕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상장 당일 선보일 판촉물 제작 뿐만 아니라 일반공모청약을 앞두고 관련 광고를 게시하기도 한다. 이달 상장을 앞두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주관사 KB증권이 여의도역 5번 출구에 일반공모청약 관련 옥외광고를 게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상 공모액 신기록을 세울 경우 총 공모금액의 0.3%가량인 추가 인센티브 수령이 가능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 후 상장을 하나의 파이낸셜 스토리로 삼고 진행하려는 '발행사'가 아닌, 해당 발행사의 딜(Deal)을 수임해 도와줄 뿐인 증권사가 해당 부담을 지는 건 과도하다 보여진다"라며 "그러나 물적분할 후 상장 규제의 대상이 주로 대기업일 것이라, 빅딜(Big Deal)을 수임해야 하는 증권사들 입장에선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