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기업가치 약 10조원 평가 후 투자
'운용 및 성과보수로 안정적 배당'에 베팅
MBK 자기자본 확충으로 새로운 투자 영역 확대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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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아시아 최대 규모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MBK파트너스가 독자적 경영이 가능한 상황에서 외부투자를 유치, 1조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한데 관심이 모인다.
일단 구주매각을 통한 파트너급 인사들의 자금 마련이라고 보기 보단, 글로벌 최대 투자회사와 공생 관계를 맺고 확충한 자본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목적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다이얼캐피탈(Dyal Capital)은 MBK파트너스의 지분 13%를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투자회사 누버거버먼(Neuberger Berman)의 자회사로 2011년에 설립, 글로벌 유수의 PEF 운용사들에 소수지분을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재 MBK파트너스 한국법인의 주주 구성은 김병주 회장, 윤종하 부회장, 김광일 대표 등과 사주조합 등이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주주 구성의 일부 변화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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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의 상징적인 의미로 인해 이번 외부 투자유치가 주목을 받고는 있으나, 사실 PEF 운용사들이 외부 투자 유치를 받는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블랙스톤(Blackstone)은 대체자산운용(Alternative Asset Management) 사업의 일부인 ‘Strategic Capital Holdings Fund’를 통해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의 지분을 일부 사들였다. 마찬가지로 아시아 권역에서 활발한 투자활동을 펼치는는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Baring Private Equity) 또한 2018년 외부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다이얼캐피탈해도 최근 5년간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 ▲스타우드캐피탈 ▲실버레이크캐피탈 ▲라운드힐캐피탈 ▲아메리칸시큐리티 등 글로벌 PEF 운용사에 10~20% 이내의 소수 지분을 꾸준히 투자해 왔다. 이들 회사는 용사들은 직접 기업을 인수해 경영하는 바이아웃(Buy-out), 부동산·인프라, 신기술·IT, 사모 대출, 크레딧 분야 등 각각 상이한 투자 전략을 보유하고 있다. 다이얼 캐피탈의 현재 누적 운용자산은 약 361억 달러(약 43조원)에 50여개 이상의 포트폴리오에 투자했다.
국내 주요 출자기관(LP)들도 다이얼캐피탈에 주요 LP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7년 모집한 다이얼캐피탈 3호 펀드에는 한국투자공사(KIC), 교직원공제회, 삼성자산운용 등이 총 2600억원을 출자했다. 교직원공제회는 2018년에도 다이얼캐피탈 4호펀드에 5000만달러(약 6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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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캐피탈의 전략은 투자한 운용사의 운용보수(Management fee)와 성과보수(Carried Interest)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운용사에 투자한 자금은 운용사의 의무투자약정(GP commitment)에 쓰이거나 신규 투자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주로 쓰였다. 다이얼캐피탈의 그동안 투자 전략을 비쳐볼 때 이번 투자도 유사한 맥락으로 보인다.
글로벌 PEF 한 대표급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소수지분을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는 일정 수준의 펀드레이징이 가능한 PEF의 운용보수를 채권과 같이 (비교적 안정적인) 형태로 보고 기업 가치를 평가해 투자한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1조원대의 자본금을 확충함으로써 다양한 투자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다이얼캐피탈이 사모펀드 운용사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으나 미국프로농구(NBA)구단 등을 비롯한 비교적 새로운 투자에 대한 영역도 넓혀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등을 통해 기존의 바이아웃 형식의 투자에서 조금씩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선 자본시장법이 개정함에 따라 PEF의 투자 영역이 부동산, 대출 등을 비롯해 사실상 금융기관에 비견할만큼 넓어졌고, 이에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투자 방식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자본금을 확충함으로써 추후 투자 영역을 확대함과 동시에 투자 방식을 다양화하겠단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자기 자본이 충분하면 펀드 자금을 모으는데 보다 수월하고, 펀드의 정관에 묶여 투자할 수 없었던 분야에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