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투자유치 논의 중인 박재범, YG 테디도 러브콜
아티스트 기획 및 음반제작 역량, 음원 IP 등 사업기회 多
연예계 창업 스토리, 현금청산 대신 '지분 재투자' 트렌드
아무리 '휴먼 비즈니스'라지만…이름값 기댄 투자열기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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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예계에 주식 부호들이 점점 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으로 머니무브(자금이동)가 가속화하면서 연예인 프로듀서가 소유한 레이블 중심으로 투자 러브콜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에 연예인들도 과거처럼 지분매각에 따른 현금화에 그치지 않고 매각금을 투자회사에 재투자해 지분을 보유하는 안을 선택하고 있다. 향후 차익 규모가 대규모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휴먼 비즈니스 투자의 열기가 다소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각광받기 시작한 연예인 프로듀서 '레이블 회사'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프로듀서 중심으로 설립된 '레이블 회사'가 이목을 끌고 있다. 엔터업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상황에서 자체 프로듀싱 역량을 갖춘 연예인의 독립 레이블이 차별화돼 '알짜 매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대체로 투자유치 경험이 전무, 지분 구성이 복잡하지 않은 만큼 한번 논의 물꼬만 트이면 거래가 성사될 확률이 높다.
최근 힙합 레이블 AOMG 대표직을 사임한 후 새로운 기획사 설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수 박재범의 동향이 주목된다. 박재범은 지난해 중순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신설 법인 투자유치 및 사업 확장 등 협업 방안을 다양하게 열어두고 논의를 시작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 테디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은 '꼭 잡아야만 하는 매물'로 불린다. YG엔터가 모기업으로, 현재 전소미·자이언티 등의 아티스트가 소속돼 있다. 일부 투자사가 테디에 투자 및 협업 아이디어를 제의 중이다.
작년에는 싸이와 유희열의 행보가 특히 주목받았다. 실제 투자유치 및 회사 매각이 성사되면서 본격적인 투자사의 연예계 물밑접촉도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IMM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말 가수 싸이가 최대주주로 있는 '피네이션'에 지분투자하기도 했다.
유희열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회사를 매각했다. 유희열이 이끄는 엔터사 '안테나'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지분 잔량을 모두 인수해 완전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카카오는 당시 거래 실사도 직접 챙길 정도로 인수에 확신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 유희열이 투자회사인 카카오엔터 유상증자에 참여해 재투자에 나선 점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분매각 수익 상당수인 70억원을 카카오엔터에 베팅했다. 2만7438주 보통주 신주를 배정받아 지분 0.07%를 확보했다. 매각 즈음 안테나에 신규 영입된 유재석 또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얻었다.
최종 매각금이 당초 계약서 초안에 명시된 금액보다 낮게 조정됐다는 점에서 지분투자 기회 등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연예계 주식투자 실패 전례에 대한 우려로 고심했던 유희열과 유재석 등은 "휴먼 비즈니스인 엔터업에 로열티 등 상호 바인딩 요소는 필요하다"는 카카오 입장에 부분 동의,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의 공모 대어로 불리는 카카오엔터에 투자해 향후 상장 차익을 실현하려는 기대도 일부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연예계ㆍ투자사 '밀월' 더 늘어날 듯…과열ㆍ끝물 우려도
그간 연예계의 창업 성공 스토리는 회사 매각에 따른 현금화에 그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안테나 사례를 계기로 매각금액을 투자회사 지분참여로 재투자에 나서는 움직임이 일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해 엔터사들의 M&A와 IPO(기업공개) 등이 다수 예상되는 만큼 이들의 차익 규모도 대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예계와 투자업계의 스킨십은 올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박재범의 사례처럼 기존에 몸담고 있던 조직에서 나와 새롭게 레이블을 설립하고 투자유치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음원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파생될 사업기회가 무궁무진하단 점에서 투자업계에선 본업 역량뿐 아니라 아이돌 등 아티스트를 기획하고 음반을 제작하는 역량 또한 중요하게 보고 있다.
대형 VC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더 오르기 전에 먼저 선점해야 한다는 투자 열기가 있어 보인다. 스타트업 투자로 수배에서 수백배 수익률을 올리는 사례가 입소문을 타면서 연예인들도 투자유치 제안을 이전처럼 방어 태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처럼 유명 연예인으로 구성된 VC 및 투자 펀드가 국내에서도 나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연예인 이름값에 투자열기가 다소 과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엔터업이 휴먼 비즈니스에 기인하는 만큼 '투자도 사람보고 갈 수밖에 없다'는 데에 공감을 형성하면서도 막대한 유동에 투자처 찾느라 바쁜 자금이 연예인 명성에만 기대 움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름값이 곧 밸류인 만큼 기업가치 수직상승 이점과 동시에 향후 평판 리스크로 손실 부담을 함께 안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사의 적극적인 관심에 반해 실제 업계 내 매력적인 매물은 이미 몇 남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엔터업종이 최근 부흥기를 거치면서 투자사들의 조명을 받고 있는데, 이들 엔터사에 명성과 레거시가 물론 있지만 시기를 잘 타 본래 가치보다 과도한 기대를 받는 부분도 일부 있다고 본다"며 "휴먼 비즈니스 투자의 잣대는 없다지만 열기가 다소 과열되는 양상은 생각해볼 문제"라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