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회 관심은 온통 'SK온'…중요도 커진 영향
재무부담 불가피하지만 SK온 IPO 계획은 선 그어
SK온 FI 유치전 자신감…시장 환경 변화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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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투자 확대 부담에도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기업공개(IPO)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해 벌어들인 돈의 두 배를 투자에 쏟아부어야 하지만 재무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곧 마무리될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통해 투자 재원 공백을 해소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드러낸 모습이다.
28일 열린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실적 발표회에서도 최대 화두는 SK온의 배터리 사업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부터 실적까지 배터리 사업의 중요도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게 된 탓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비상장 자회사 SK온의 투자 설명회를 방불케 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약 6조원에서 6조5000억원 수준의 자본적지출(CAPEX)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4조원이 SK온의 배터리 사업 몫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약 3조3000억원이었다. 화학과 정유 사업의 올해 업황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SK온의 IPO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SK이노베이션 측은 "현재로선 IPO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서두를 생각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8조4129억원이다. 올해 역시 순차입금 규모를 10조원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SK온이 자체적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면 지킬 수 없는 공약이다. IPO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재무적 투자자(FI) 유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SK온이 프리 IPO를 통해 3조원에서 4조원가량을 조달할 경우 2023년까지 자체적으로 한해 4조원 수준의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SK온에 대한 잠재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온이 상반기 중 EBITDA 기준 손익분기점(BEP)을 넘기고 연내 영업익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는 만큼 조만간 가치가 치솟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탓이다. 경쟁사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상장과 동시에 10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 둔화 등 시장 변수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SK온이 외부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도 시장에서 배터리 사업 가치에 대한 시각 변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비교 가능한 배터리 상장사가 제한적이라 해외 기업이 기준이었는데 이제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대안이 생겼다"라며 "여기에 금리 인상 및 공급망 불안으로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면서 SK온이 실제 IPO에 나설 때 배터리 가치에 대한 눈높이를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