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접어든 IPO 시장에도 상장 강행?
현대중공업지주 손자회사 줄상장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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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를 앞둔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기업 인수 등 기업가치(Valuation)를 높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IPO 시장 향후 전망에 먹구름이 낀 상태임에도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상장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큰 상황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지주가 손자회사를 줄이어 IPO 시장에 내놓은 데 반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현대오일뱅크 외에도 현대삼호중공업이 연내 상장을 마쳐야하는 상태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상장 예비심사(이하 예심)를 청구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이달 중 심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NH투자증권,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거래소에 상장예심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2년 업황 악화로 자진철회한 데 이어 2018년 국제 유가 하락과 사우디 국영회사인 아람코(Saudi Aramco)로부터의 1.8조원 투자유치 등을 이유로 IPO 추진을 중단한 바 있다.
이번엔 '삼세번'만에 완주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전의 철회를 의식해서인지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추진 의지가 다소 강한 분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오일뱅크가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위해 ESG 관련 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원활한 상장을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는 ▲블루수소 사업 추진 ▲화이트바이오 사업 진출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확대 등을 3대 친환경 미래사업으로 삼고 있다. 특히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대표이사가 '수소사업'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현대오일뱅크의 신사업 추진 부담감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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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석유화학의 친환경기업으로의 전환'은 현재로선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간 석유기업들은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으로 꼽히며 탈탄소 압박을 받아왔다. 최근 주요 연기금들이 기관들을 대상으로 펀딩 조건으로 ESG 준수 여부를 내거는 등 압박이 커지고 있는 점도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배경이다.
미국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이 대표적인 사례다. 엑손모빌은 0.02%에 불과한 지분을 보유한 친환경 행동주의 펀드 '엔진넘버원'이 지명한 이사 후보들에게 이사회 의석을 내줬다. 석유 및 가스 사업에 주로 투자하는 등 '화석연료 중심의 경영 전략'을 고수하던 엑손모빌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2020년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엔진넘버원의 손을 들어준 배경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상반기 반드시 상장 계획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큰 상태다"라며 "최근 정유기업들이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기술에 상당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인데 현대오일뱅크도 인수할 만한 ESG 관련 기업이 없는지 알아보고 다닌다"라고 말했다.
'확대된 투자 필요성에 따른 재원 마련'도 상장 강행 추측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계획이 많다고 알려진다. 신성장 동력 마련보단 구주매출을 통한 최대주주의 엑시트(Exit)가 목적이었던 현대엔지니어링보단 상장이 절실한 셈이다.
일각에선 현대오일뱅크에게 상장 적기라는 평도 있다. 최근 기관들은 '성장 스토리'보단 '매출'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3분기 2008년 상반기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非)정유' 부문의 실적 호조 덕이다. 이들은 코로나가 확산되던 2020년 항공유 등 정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적자를 시현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2020년 36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흑자전환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금년 정유 부문의 이익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은 데다 주당순이익(EPS)도 높다"라며 "멀티플(Multiple)을 낮게 받아도 공모가도 적당히 산출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이 자회사를 줄이어 상장 시장에 내보내는 데 대한 거부감이 없지 않은 상태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으며 내건 '2022년까지 상장'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게자는 "손자회사를 상장 시장에 내놓는 현대중공업그룹에 대해 반감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라며 "자회사 상장을 거듭해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야기한 카카오와 다를 바가 있는 것인지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