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망치 하회했지만 올해도 성장 이어질 전망
LG화학, 배터리 독립 대안은 '소재'…2030년 매출 '60조'
배터리 소재 사업이 핵심…향후 수익성 확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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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LG화학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LG에너지솔루션(LG엔솔)도 독립 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양사 모두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도 성장세를 증명해냈다는 평이다.
LG화학은 배터리 독립 이후 새 성장 동력으로 기존 주력인 석유화학 대신 배터리 소재 사업을 낙점했다. 투자자 관심이 LG엔솔의 상장 이후 LG화학 내실에 쏠려 있는 탓이다. 소재 사업이 LG화학의 외형 확대를 이끌 거란 전망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두 상장사가 사실상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데 LG화학이 얼마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도 적지 않다.
시장 불확실성 속 양사 모두 호실적 달성
8일 LG화학은 지난해 매출액이 42조6547억원, 영업이익이 5조25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각각 전년보다 41.9%, 178.4% 늘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 LG엔솔도 상장 후 첫 연간 실적을 공시했다. LG엔솔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17조8519억원, 영업이익은 768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4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양사 모두 시장 전망치를 다소 하회하는 실적을 거뒀지만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목표 매출액을 19조2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전년보다 약 8% 늘어난 수치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및 고객사 리콜 대응 물량 우선 공급 등에 따른 영향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올해 배터리 생산 설비에는 총 6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올해 LG엔솔을 제외한 직접 사업 기준으로 27조원의 매출액 목표와 4조1000억원 수준의 시설투자 계획을 내놨다.
이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2030년까지 LG화학의 매출액을 6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배터리 소재 사업을 위시한 친환경 고부가 사업 중심으로 LG엔솔을 빼고도 현재의 두 배 매출액을 내겠다는 목표다. LG화학은 지난해 투자자 설명회(IR)를 통해 2025년까지 친환경 소재·배터리 소재·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에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 부회장은 "기후 위기와 디지털 대전환, 포스트 팬데믹으로 인한 산업의 대 전환기가 LG화학이 '톱 글로벌 과학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공백…대안은 '석유화학' 아닌 '배터리 소재'
LG화학으로선 LG엔솔 상장 이후 대안이 무엇이냐는 투자자 질문에 답할 필요가 큰 상황이다. LG엔솔이 상장하기 직전인 지난해 말 기준 배터리 사업 비중은 석유화학 사업과 비등한 수준이었다. 올해 이후에도 연결기준 실적으로 LG엔솔 사업이 반영된다곤 해도 LG화학 직접 사업에서 대안 마련이 불가피하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은 LG엔솔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당초 국내 석유화학·정유 기업이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 미국과 유럽 중심의 탈(脫)탄소 정책에 있는 데다, 업황 불확실성이 커 배터리 수준의 확장 전략을 펼치기 어려운 탓이다. 시장에선 LG화학 역시 글로벌 기관 투자자의 탄소 배출량 저감 요구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기업으로 꼽힌다.
결국 LG엔솔의 독립으로 발생하는 공백은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사업이 메우게 될 전망이다.
LG화학이 제시한 배터리 소재 사업의 매출액 목표는 2030년 기준 21조원이다. 지난해 1조7000억원 수준의 매출액을 12배 이상으로 키우고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밝힌 중장기 투자 계획 10조원 중 절반 이상인 6조원이 배터리 소재 사업 몫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도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LG화학의 첨단소재 사업은 LG엔솔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배터리 소재 전반을 담당했던 전력이 있는 데다, 자회사 LG엔솔과 관련성이 커 안정적 매출 증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LG화학이 예전에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전반에 진출한 적도 있고 현재는 사업을 키우기만 하면 LG엔솔을 통해 매출액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라며 "이 때문에 LG엔솔의 상장으로 인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알짜는 LG화학에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라고 전했다.
배터리 사업은 사실상 '한 몸'…수익성 확보가 관건
LG화학이 향후 배터리 소재 등 신성장 사업에서 얼마나 내실을 다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두고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의 1차적인 짝짓기는 거의 마무리됐다. 글로벌 2위인 LG엔솔의 경우 경쟁사에 비해 미국과 유럽 시장 지위를 일찌감치 확보해 안정적 수주잔고를 보유 중이다. 그러나 경쟁사 역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는 탓에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 협상 지형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LG엔솔의 시장 지위가 LG화학 소재 사업 성장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지만, LG엔솔과 전기차 업체 간 협상력에 따라 내실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LG엔솔이 공급가 협상에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배터리 소재에서 다시 LG화학과 LG엔솔이 적정 마진을 협상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배터리 소재 사업이 LG엔솔 독립 이후 LG화학의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다. LG화학은 이날 인베스터 데이에서 경쟁 우위를 갖춘 양극재 사업의 외부 판매를 위한 증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터리 소재 사업 전반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LG엔솔의 성과와 연동되는 구조는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이 반도체 시장만큼 커질 거라곤 하지만 배터리 셀 사업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한 자릿수로 반도체에 비할 바가 못된다"라며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사업은 당분간 LG엔솔의 수익성과 연동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