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PB(프라이빗뱅킹) 등 PEF 출자 제한
일부 증권사 신기사 라이선스 장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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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 출자자를 제한한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신기술금융사업자(신기사) 라이선스를 보유한 증권사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비상장 기업이나 소규모 상장사, 증권사 PB센터 등의 PEF 출자 길이 막힌 투자자들이 대안을 찾고 있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중소형 증권사에선 전문 신기사 인력이 미비한 탓에 전문성이 되레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기관투자가 전용 사모펀드에 출자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된다. 한국은행, 금융회사, 예보, 연기금, 공제회 등 전통적인 LP(출자자)이거나 주권상장법인(코넥스 제외) 중 금융투자잔액 100억원 이상 보유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즉, 비상장법인이나 일반 고액자산가들은 더 이상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펀드에 출자가 어렵게 된 셈이다. 이전에는 비상장법인이나 증권사 PB센터를 거친 고액자산가들이 중소형 PEF에 출자하는 사례가 많았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비상장 회사들의 경우 단기적으론 차익 실현, 장기적으로 전략적 투자자(SI) 차원에서 PEF 출자를 고려해왔다. 상대적으로 투자자를 모으기 쉽지 않은 중소형 사모펀드 역시 비상장 법인의 자금을 반겨왔다.
이에 그 대안으로 주목받은 것이 증권사의 신기사 라이선스를 활용한 투자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신기사는 금융위원회 산하의 벤처캐피탈(VC)로 여신전문금융업상 신기술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비슷한 형태의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투자전문사보다 투자 대상의 범위가 넓다. 투자 가능 대상은 상장사, 프리IPO, 비상장, 메자닌 등으로 다양해 사실상 중소형 PEF가 조성하는 펀드와 별반 차이가 크지 않다.
투자처를 모색하는 비상장법인이나 고액자산가들은 증권사의 신기술금융투자조합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2016년 금융위가 증권사의 신기술금융업 겸영을 허용하면서 현재까지 20곳이 넘는 증권사들이 해당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한 해만 삼성증권, 흥국증권, 교보증권 등 세 곳이 신기사 등록을 마쳤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신기사 자격을 활용해 투자조합 운용 수수료를 받으면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평이다.
다만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 가운데 신기사 라이선스만 빌려주고 사후 관리에 미흡한 곳들도 거론된다. 2016년부터 증권사들이 너도 나도 신기사 등록에 나서면서 실질적인 투자 전문 인력을 갖추기보다 신기사 라이선스만 보유한 채 방치된 조직도 적지 않은 탓이다.
결국 이전에 받아둔 라이선스를 통해 수수료만 받는 소위 ‘비히클 장사’에 그친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이러다보니 개정된 자본시장법상 취지인 투자자 전문성 강화라는 취지와는 어긋난 현상이 벌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법 개정 당시 금융 당국은 ‘라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비상장법인의 출자를 제한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에 따른 풍선 효과로 오히려 증권사 내 신기사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더욱 느슨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처를 물색하는 주체가 일반 법인이나 고액자산가로 넘어가면서 전문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기사 라이선스만 있으면 고액자산가나 비상장법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운용 수수료를) 10bp만 받아도 억 단위를 벌 수 있어 꽤 쏠쏠하다”라며 “일반 비상장법인들도 프로젝트성으로 투자 건을 만들어 오면 증권사 라이선스로 조합을 결성해주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