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T→JIC'로 트렌드 변화하며 투자 필요성↑
LX판토스 등 물류기업 '육상 물류' 투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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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X그룹 종합물류기업인 LX판토스가 해운에서 육상으로 운송로를 확대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대한 '대안찾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는 'JIT(Just In Time·적기납입) 중심' 기조에서 'JIT와 JIC(Just In Case·복원력 중시) 병행'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 물류업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이를 위한 자금력 확보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는 '물류 대란'이라는 상흔을 남겼다. 특히 전체 무역의 70%가량을 차지하는 해운 물류에선 심각한 수준이다. 글로벌 해운운임을 가늠하는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최대 5109.6포인트까지 상승했다. 9주 연속 상향곡선을 그리던 지수가 결국 2009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찍은 것인데 해운운임이 크게 증가했다는 뜻이다.
'항만 적체 장기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 북미, 유럽 등 세계 주요 항만의 물류 적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덴마크 해운 조사기관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병목 현상 등 항만적체 상황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용 절감 중심의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사슬'에 의존하던 기업들은 해당 사슬의 취약성을 직접 확인하게 됐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면서다. 그 일례가 완성차 기업들이 겪는 반도체 수급 불균형 문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직접 물량확보를 위해 공급처인 미국이나 유럽으로 출장을 나가기도 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 정치적인 여파까지 덮쳤다. 화물트럭 등 디젤엔진 차량에 필수적인 요소수도 중국의 자국 중심주의에 따른 요소 수출 금지에 따라 품귀 현상을 빚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에 호주가 가입함에 따라 호주산 석탄수입을 금지했고,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자 수출을 제한시켰다. 그 타격은 한국이 감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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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배경이다. 일부 기업들은 물류 파동에 대응하고자 자국에 공급망을 두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물류기업들도 '무(無)재고를 통한 이윤 확대'를 위해 고집하던 JIT에 더해 '재고를 쌓아둠으로써 리스크에 대비하는' JIC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인식이 바뀐 상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즉각 반응하고 재고를 거의 보유하지 않는 JIT 시스템에 주력해왔다. 그런데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해 공급망이 막히는 사태가 재현되면서 JIT 시스템의 한계를 체감했다는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기업들은 JIT를 '유일한 경영 가치'로 삼으며 육성 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나 코로나 사태로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됐다"라며 "JIT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늘기 전에 성행했던 '쌓아놓고 파는' JIC도 병행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JIC 중심 물류 시스템의 필요성은 '물류 대란'이 일어날 때마다 제기됐다. 2003년 전국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단행했을 당시에도 기업들은 JIT 중심 기조를 접고자 했다. 매번 '비용 부담'을 이유로 JIC로의 전환을 위한 투자에 망설이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LX판토스는 해운 물류대란에 대비해 '육상 물류'를 확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2년 전 시작한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운송사업은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는 등 화주로부터의 수요가 커진 상태다. 해상물류가 비교적 저렴하더라도 물류대란에 대비해 일종의 '플랜B'로서 삼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를 위한 자금력 확대도 향후 전망되는 부분이다.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도 이들의 투자 행보에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 물류회사들이 자금도 많이 빨아들이고 물류기지 등 자산을 인수하며 덩치를 많이 키우는 것 같다"라며 "코로나로 인한 JIC 트렌드를 물류기업들이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