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미니스톱 인수로는 이커머스 시너지 미흡…롯데온 성장성은 '긍정'
이마트, IFC몰 입찰에 '우선순위' 의문…외형성장 가속화 가능 시선도 여전
GS리테일, 인수한 기업과 유기적 결합 부족…퀵커머스 일관된 방향은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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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유통사 4분기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극과 극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경쟁에서 두각을 보이는 플레이어가 없는 상황에서 주가 전망에 대한 어려움이 가속화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선 주가 밸류에이션을 높일 새로운 수익원이 가시화할 때까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본격화될 M&A(인수·합병) 행보에 대해선 엇갈린 평가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통사들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GS리테일이 밝힌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한 2조6545억원, 영업이익은 0.9% 줄어든 255억원이었다. 매출은 증권가의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영업이익은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점쳤던 것의 절반도 못미쳤다.
이마트도 인수 관련 비용과 인건비 증가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이마트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9.8% 증가한 6조8603억원을, 영업이익은 10.3% 감소한 761억원을 기록했다. 유안타증권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483억원이었다.
롯데는 시장의 예상에 못미치는 실적을 냈지만 최근 낮아지고 있던 기대치 범주에 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작년 동기 대비 4.1%, 35.3% 감소한 3조7919억원, 1174억원으로 집계됐다.
원인은 '부진한 실적'이 꼽히고, 무엇보다 수익원으로 자리매김 해야할 이커머스 사업이 '과실'을 맺는데 늦어지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각각 2019년과 2020년 통합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인 쓱닷컴(SSG닷컴)과 롯데온을 출범시켰지만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이 15%로 늘어나기까지 쓱닷컴 시장 점유율은 3%에 그쳤다. 롯데온 역시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다만 이를 해석하는 증권업계의 전망은 크게 갈리는 모습이다. 각 사별 신사업 성장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잣대가 다르게 적용되는 모습이다. 동일한 유통사를 두고도 애널리스트간 평가가 극단으로 나뉘기도 한다.
롯데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곳 중 하나다. 롯데쇼핑은 팬데믹 영향으로 사업부별 희비가 교차하며 5년째 내리막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4분기 롯데온은 매출액이 역성장한 상황에 적자폭까지 확대돼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롯데는 한샘(2995억원), 미니스톱(3000억원) 등 최근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지만 '체질변화적' M&A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라인 사업과의 시너지를 보여줄만한 행보는 미흡하다는 비판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유통증권 담당 연구원은 "롯데가 이미 세븐일레븐이라고 하는 오프라인 점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니스톱을 인수해 물리적 거점을 늘리기 보다는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을 사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다른 곳에 비해 인수합병에 소극적이어서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NH투자증권을 비롯한 몇몇 증권사들은 목표 주가를 유지했다. 지난 2년에 걸친 구조조정 효과로 백화점과 할인점 성장률이 타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양호하다는 설명이다. 롯데온에 대해서도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MAU(월간활성이용자수), 구매자 등 주요 지표들이 상승한 점을 들어 성장이 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의 매출액이 역성장 중이나 회계적 이슈가 강하며, 롯데온의 GMV(거래규모)는 작년보다 23% 성장했다"라며 "수익성을 이유로 외부제휴채널 판매를 축소하고 있는데 이를 제외한 롯데온 단일 앱의 성장률은 연간 53%에 달한다. 롯데온이 궤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주가 전망이 팽팽하게 나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는 이마트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당분간 외형 확대에 주력할 것인 만큼 분기 300억~4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지속될 전망이란 점이 반영됐다. 쓱닷컴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못보여주는 상황에서 공격적 비용 투입의 결과를 보여줘야 할 때란 관측이 나온다.
이마트의 M&A 행보는 이러한 세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비용 투입의 '효율성'에 의문부호가 찍히는 상황이다. 최근 이마트 계열사 신세계프라퍼티가 LP(출자자)로 IFC몰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도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물류센터 증설처럼 온라인 사업과 직접적인 연계를 기대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5개 증권사에서는 목표 주가를 유지했다. 온프라인 사업 강화에 따라 외형 성장이 가속화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쓱닷컴의 적자 규모가 시장에서 기대한 범위 내였던 만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일배송 캐파(생산능력) 확대 및 2분기 중 통합 멤버십(쓱닷컴, G마켓, SKC) 론칭 등에 따라 2022년 외형 성장 가속화가 가능할 전망이다"라며 "쓱닷컴 상장 등 올해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꾸준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GS리테일도 성장성에 대한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예상보다 큰 이커머스 투자 비용이 '뇌관'으로 떠오르면서다. 당초 호텔·슈퍼·홈쇼핑 등 타 사업부의 실적 개선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여겨졌으나 예상보다 적자 증가폭이 확대됐다는 관측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갈피 못 잡는 온라인'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GS리테일의 디지털 부문은 온라인 시장 경쟁 심화와 차별화 경쟁력 부재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라며 "합병 후 요기요, 쿠캣 등 신사업 강화를 위한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여 온라인 및 커머스 관련된 보유 플랫폼은 많지만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은 아직까지 부재하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GS리테일이 편의점을 활용해 퀵커머스 시장을 새로운 BM(비즈니스 모델)로 선택한 것을 두고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GS홈쇼핑과 합병을 통한 이커머스 부문 강화로 점진적으로는 실적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진행된 일련의 M&A는 퀵커머스라는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가 나온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법인 GS리테일은 IT통합과 고객DB 제고로 강화하며 2022년 PMI효과를 이커머스 부문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편의점 내 플랫폼, PB, 퀵커머스 강화로 점진적인 턴어라운드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혼란은 전통 유통사간 이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사업이 좀처럼 두각을 보이지 못하면서 각 사의 성과를 전망하기 쉽지 않은 결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온오프라인이 혼재된 상황에선 명확한 평가 기준이 사라졌다.
이에 본격화 할 M&A 행보에 대해서도 엇갈린 평가가 지속될 전망이다. 주가 밸류에이션을 높일 BM이 현실화될 때까지 증권업계에서 애널리스트마다 다른 평가가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유통 담당 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통 유통사들을 보면 우아한 백조가 물 밑에서 열심히 발을 구르는 것처럼 보이는 형국이다”라며 “이커머스 그로스가 부진한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을 높일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