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공모가·구주매출 민감도↑ "수급이 중요해져"
성장 가능성 명확한 기업들 위주…"양극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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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긴축 및 전쟁위기로 촉발된 공포로 인해 하락장이 이어지며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등 주식자본시장(ECM) 딜(Deal)이 연이어 부진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유상증자에 나서는 기업마저 성장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상반기 내 '딜의 양극화' 양상이 굳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짙다. 미래 성장성보다는 매출 비중이 높은 사업의 사이클이나 제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관들의 자금이 LG에너지솔루션에 묶여있는 상태인 점도 수급 차원에서 눈높이를 높여야 할 유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15일 코스피 지수는 2670선을 기록하며, 다시 27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릴 수도 있다는 공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우려 등이 작용하며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골드만삭스가 2024년 이후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해외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며 코스피도 30% 이상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증시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유통시장이 몸살을 겪으며 발행시장인 주식자본(ECM) 시장의 분위기도 한풀 꺾였다. 이전의 예상대로,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 IPO를 '고점'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벤처캐피탈(VC)인 스톤브릿지벤처스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20대 1이라는 부진한 성과를 기록,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하단 가격보다 낮은 8000원으로 확정했다.
두산중공업도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두산중공업은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채무를 상환하려 했다. 그러나 청약률 97.44%를 기록하며 미달이 났고 212만주가 실권주로 풀린다. 해당 소식에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하루만에 10%가량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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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들이 구주매출이나 공모가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처럼 증시가 받쳐주는 상황에서는 공모가가 비싸더라도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참여를 하기도 했지만 올해부터는 다소 움직임을 달리하는 셈이다.
최근 구주매출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분위기다. 지난해 상장하려 했던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구주매출 비중 80%) 뿐만 아니라 현대엔지니어링(75%)도 상장을 철회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간 구주매출이 다소 높은 딜이어도 대기업 매물이거나 펀더멘탈이 좋으면 투자하려는 의지가 있었으나 어느 순간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딜은 대주주만 배불리는 것으로 끝난다'라는 인식이 생겼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관사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도 이와 관련해 분위기 파악에 나서고 있다.
비싼 공모가를 감당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생겼다. 지난 2년간 일부 기관들은 공모가가 다소 높다고 평가하더라도 시장 분위기에 따라 수요예측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상장 청사진(에쿼티스토리)보단 매출이 나오는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거나 사이클에 따라 실적이 갈리는 사업에 대해선 조심스레 접근하기 시작했다.
기관 수요예측 참여가 부진했던 스톤브릿지벤처스에 대해 "VC업계 거품이 꺼지진 않을지 우려가 없지 않은 상황인 만큼 공모가가 다소 비싼 것 같다"란 평가가 나온 맥락이다. 상장을 철회한 현대엔지니어링도 '건설사'인 만큼 대출제한이 해소되거나 재개발, 원전개발 등에 대한 허용 분위기가 생겨야만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일각에선 올해 상반기부터 '거래의 양극화' 현상이 짙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단 기관들이 LG에너지솔루션 IPO 당시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보호예수(락업)을 길게 걸었던 만큼, LG에너지솔루션에 거대한 자금이 묶여있는 상태기도 하다. 수급 차원에서 공모가가 적정하거나 투자 가치가 있는 발행사의 딜에 기관들이 몰릴 것이란 지적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수급이 딜 흥행의 중요 요소(Key)가 됐다"라며 "성장성에 대한 컨센서스가 꽤 형성돼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업성에 대한 평가가 지난해보다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어 딜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