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 위주로 중대재해 관련 수임 활발
형사법·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 다수...전문성 필요
중소·중견 로펌도 중대재해 컨설팅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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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발 빠른 로펌 선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사건이 터진 회사에선 로펌 중복 선임까지 고려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이 초기인 데다 연관된 법 분야가 다양한 만큼 국내 기업들은 대형 로펌을 선호하는 모양새다.
이에 로펌들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및 자문 서비스를 강화하며 향후 수임 가능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통상 자문 서비스로 기업과 좋은 관계를 쌓아두면서 개별 사건 수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채석장 사고가 발생한 삼표산업은 최근 법무법인 김앤장과 광장을 선임하고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당초 관련 자문을 받아왔던 광장에 이어 국내 최대 중대재해팀 규모를 갖춘 김앤장까지 중복 선임에 나선 것이다. 중대재해법 1호 수사 사례로 꼽힌 데다 최근 본사 압수수색 등이 시작되며 삼표산업 내 불안감이 커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요진건설산업, 여천NCC 등도 재빠르게 로펌과 손을 잡고 있다. 현장 내 승강기 사고가 발생했던 요진건설산업은 법무법인 화우를, 해당 승강기를 설치한 현대엘리베이터는 태평양을 선임했다. 여천NCC는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하고 최근 발생한 가스폭발 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로펌 추가 선임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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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국내서 5위권 안에 드는 대형 로펌 선임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선 생소한 법으로 꼽히는 데다 시행 초기인 만큼 기업들로서는 빅펌들과 손잡아야 안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대형 펌들은 그간 중대재해법 관련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관련 조직을 키워왔다. 또 해당 법 특성상 형사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여러 영역에 걸쳐있는 만큼 조직이 세분화된 대형 로펌 시스템이 적합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법무법인 중대재해 관련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은 현재 참조할 만한 판례도 없는 상황인 만큼 (대형 로펌 내)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 등 전문가 출신들의 견해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형 로펌끼리의 수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잠재 고객인 기업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컨설팅 및 자문 수수료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부 대형 로펌 파트너급 변호사들은 사건 현장까지 직접 방문해 기업 임원들과 즉석 미팅을 가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갑작스런 사고에 ‘멘붕’이었을 임원들을 대상으로 자문 겸 위로를 통해 계약을 성사하려는 목적이 아니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정 기업이 이미 로펌과 계약을 맺어뒀거나 자문서비스로 인연을 맺었던 로펌이 있더라도 경쟁 로펌에서 수임을 위해 물밑 작업을 하는 사례도 있다. 삼표산업의 사례와 같이 다수의 대형 로펌을 선임하기도 하고 수수료나 자문서비스 퀄리티에 따라 로펌이 바뀌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표산업은 광장의 자문서비스를 받아왔지만 광장 이외에도 대부분의 로펌에서 선임 제안을 했다는 후문이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문이나 컨설팅 등으로 미리 관계를 닦아 놓으려는 로펌들도 많다. 규모가 작은 건설사일수록 오너의 경영 여부와 회사의 생존이 직결되기 때문에 대표이사의 처벌이 전제가 되는 중대재해법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이다.
다만 치열한 수임 경쟁 분위기 탓에 여러 로펌을 선임한다고 해서 자문서비스의 효율성 제고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많다. 각 로펌의 특장점이 다른 만큼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법무법인의 파트너급 변호사는 “다수 로펌을 선임한다고 하면 기업 입장에선 마음이 편할 수는 있겠지만 각 로펌별로 내부 토론 끝에 예상 시나리오를 내놓는데 만약 불협화음이 생기면 체계적인 대응력이 낮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