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자금줄은 'IPO'?…이중상장 규제에 시점 고민
로직스 유증·에피스 지분 인수 마무리 전 상장 힘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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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약개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공개(IPO) 시점이 삼성그룹 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Biogen)과의 합작관계를 청산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키로 하면서, 과거 IPO 추진 발목을 잡았던 '지분구조' 리스크가 해소됐다.
반면 최근 '모회사·자회사 이중상장 규제 가능성'이 대두하며 다소 부담스러워진 부분도 있다는 평가다. 당장 내년부터 이중상장에 대한 규제가 본격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짙다. 나스닥이 아닌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면 연내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 셈이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증자가 마무리되기 전엔 움직이기 힘들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를 23억달러(약 2조7655억원)에 인수하기도 하면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과 2011년 함께 설립한 합작사로,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던 기업이다.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4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결국 철회했다. 나스닥 지수가 급락한 데다 바이오젠과의 지분구조 문제로 상장 추진에 차질을 빚었다. 합작관계를 청산하면서,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장을 다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신약 개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상장'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기도 하다. 모회사가 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 지원하는 모습도 가능하겠으나, '위탁생산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전격 지원하는 모양새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들이 납득하긴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위탁생산(CMO)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개발사(CDMO)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로 들고 있는 것은 파운드리 기업이 팹리스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해외에 공장을 추가로 건설해야하는 등 투자해야할 것이 많다"라며 "장기적으로는 100%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그림보단 양립하는 모양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당장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그룹 내부적으로는 국내 상장도 꽤 고려하는 분위기다. 다만 상장 시점은 고민이다. 내년부터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으로 상장되는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주요 사업부문을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후 상장시키는 행위가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을 야기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소액주주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목소리를 낸 만큼 금융당국도 이중상장 규제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상해야 하는 기업들은 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금융당국이 모회사·자회사 이중상장 문제를 손질하기 시작한다면 올해 조심스럽게 상장을 추진하는 안이 가장 적합하다"라며 "다만 해외에서조차 이중상장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기 때문에 관련 규제가 본격 시작되면 논란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주목받는 것을 감수하고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4월로 예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 일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지분인수 소식에 더해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을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대금과 바이오사업 투자금 마련 목적이란 분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하락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통상 유상증자 확정발행가액은 일정기간 동안 주식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으로 기준주가를 산정하고 이에 할인율(10~30%)을 적용해 발행가액을 결정한다. 여기에 이중상장은 곧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짙어진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장 착수로 상장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떨어질 경우,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쪼그라드는 등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분 인수 완료 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장시키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를 완료하기 전에 상장할 경우 주가 추이에 따라 잡음이 일 수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2년 정도 소요되며, 1차 클로징(거래완료)는 1년 뒤에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