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에 LG전자도 태양광 철수, '국부유출 논란'도 과제
'정부 의지'에 기댈 우주사업, 실적 가시화는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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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한화의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룹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김 사장의 경영능력 평가도 본궤도에 올랐다. 한화그룹 신사업의 두 축인 '우주항공사업'과 '태양광 사업'의 실적 가시화가 중요 과제가 됐는데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한화 이사회가 김동관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김 사장은 2020년부터 맡아온 전략부문을 이끌며 우주항공 분야 등 미래사업 전략 수립과 이행을 본격화한다. 선임은 29일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이뤄진다.
이번 선임을 계기로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사내이사는 '경영진'으로 구분되는데 김 사장이 경영자로서 사업에 직접 관여, 사이즈를 키워야할 부담도 커졌다.
㈜한화는 지난해 50조원대 매출을 달성했는데, 한화솔루션의 '케미칼'부문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의 '방산사업' 호실적 등이 이를 가능케했다. 한화그룹의 본업으로 알려진 두 사업 덕에 성과를 냈지만, 신사업은 여전히 투자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김 사장의 경영 능력은 '신사업' 성공 여부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화그룹 신사업은 '태양광사업'과 '우주사업', 두 축이다. 태양광사업은 김 사장이 2010년부터 ㈜한화에서 직접 담당해 키워왔다. 김 사장이 승계에 앞서 태양광사업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맥락이다. 우주사업은 지난해 김 사장을 주축으로 한 한화그룹 우주사업 총괄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가 출범하며 진출을 알렸다. 오버에어(UAM 기체), 원웹(저궤도 위성통신서비스) 등에 지분투자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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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업의 성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은 다소 지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긴 호흡으로 봐야하는 사업들인 까닭에 경영진이 기회비용 감수를 각오할 필요성이 있어야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김 사장 존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업황 자체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태양광 사업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따라 대기업들도 철수를 결정하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12년 만에 셀·모듈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2020년 한화솔루션도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폴리실리콘 수요에 밀려 국내 폴리실리콘 사업은 철수하되 '돈이 되는' 셀·모듈 사업은 남겼다.
이후 실적은 지속 하락 중이다. 원자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했는데 폴리실리콘의 가격 급등하면서다. 미국, 유럽의 중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한 수요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 투자는 진행형이다. 올해 1월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진천 공장 고효율 생산라인 전환 투자에 쓰인다. 효율이 높은 '전하선택형 태양전지(TOPCon·탑콘) 적용 모듈'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 또한 중국 태양광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연구개발 중인 기술이다.
'국부 유출' 논란도 견뎌야 할 부담이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및 유럽시장에서 태양광 모듈 시장 점유율 각각 12%, 6%를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산 폴리실리콘 공장을 운영하는 노르웨이 상장사를 인수하는 등 미국 내 태양광산업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반면 국내에선 움직임이 적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은 '2022년 연간시장 전망'을 통해 "한국의 경우 'RPS, FIT 물량 등 설치로 약 4GW 수준의 시장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김 사장은 산업은행과 '그린에너지 육성 산업·금융 협력 프로그램' 협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그린 에너지 생태계를 단단하게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부터 펀드 조성이 본격화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사실상 태양광 사업이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에 건설할 부지가 부족한 탓이다"라며 "태양광 사업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하는 게 답이다. 한화가 유럽 에너지발전소 개발사를 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투자의 호혜가 외국에 돌아간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사업은 아직 실적 가시화가 먼 얘기다. 한화시스템은 신사업 첫 매출액 발생 예상 시점을 2021년에서 2023년으로 연기했다. 미국, 영국 등 현지 정부의 인허가 획득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까닭에서다. 증권가는 당해 매출이 늘지라도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화시스템 신사업의 영업적자는 2020년 60억원에서 2023년까지 340억원으로 확대됐다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기술 내재화는 또다른 과제다. 한 전략기획 담당 관계자는 "현지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할 정도의 기술 보유 기업의 경우,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기술을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다"며 "지분을 인수하는 기업은 협력 수준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자체도 '정부의 육성 의지'에 기대야하는 특성이 있다. 아직 초창기 시장인 데다 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인 까닭에서다. 일단 정부 차원의 의지는 큰 편이다. '누리호 개량사업'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한화그룹으로 하여금 '업그레이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모델'을 가져오라는 식의 의지를 내비쳤다는 후문이다. 또한 코로나로 실직한 항공 엔지니어들을 우주 분야에 재취업시켜 인력 풀(Pool)을 넓히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 우주항공산업 관계자는 "인재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크긴 하지만, 국내 우주기술이 항공기술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도 뼈아픈 사실이다"라며 "한화의 '뉴스페이스'라는 명칭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키워드일 뿐 구현된 현실이 아니다. 정부의 의지가 절실한 사업으로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