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인상 속도에 러-우 사태 변수로
"각 산업별 예상 부담 달라 모니터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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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준금리 인상 국면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높아졌다. 이에 호텔·면세, 항공·운송, 유통, 민자발전 업종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지속이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인상 속도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14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한국신용평가와 함께 ‘금리상승이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 웹세미나를 개최했다. 무디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는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 개선에 따라 일시적 회복에서 안정적인 회복세로 이행되고 있었지만, 최근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분석했다.
릴리안 리 무디스 부사장은 “인플레이션이 2022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코로나 팬데믹, 지정학적 위기, 공급망 쇼크, 지나친 긴축정책, 중국 부동산시장 둔화 등 글로벌 경제의 다양한 위험들이 많은데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시장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2020년 하반기 이후 장기 시장금리 상승세,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 기대로 최근 단기 시장금리가 급등했다.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미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무디스는 올해 미국 연준(Fed)이 최소 3회 기준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인상 속도에 변수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호조 등 양호한 경제성장, 물가상승 등으로 2020년 하반기 이후 금리가 상승 추세다. 2021년 8월부터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보였다. 한신평은 당분간 금리상승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희준 한신평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과거 금리인상 사례와 최근의 물가상승 추세를 보면 연내 추가적으로 2차례(50bp)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은행 기업대출금리는 단기물을 기준금리로 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이 대부분 곧바로 반영되고, 기업의 조달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한신평의 분석에 따르면 금리상승과 더불어 최근 은행 대출금리, 회사채 금리 등 기업 조달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 기업대출금리는 2020년 하반기~2021년 상반기 2.7% 내외에서 올해 1월 3.3%로 올랐다. 3년 만기 A- 회사채 수익률도 2021년 상반기까지 2.5% 내외였으나 올해 2월 3.8% 수준이다. 한신평은 최근 회사채 투자심리가 위축하면서 크레딧 스프레드(가산금리)가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기업 전반의 이자비용 커버리지가 저하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절대적 지표 수준을 고려하면 기업 전반의 신용위험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모니터링이 필요한 산업군의 경우에는 업황 및 실적 회복 속도, 유동성 및 재무부담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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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평이 18개 산업(메모리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건설, 해운, 음식료, 통신서비스, 디스플레이, 민자발전, 자동차, 자동차부품, 정유, 유통, 항공운송, 호텔면세, 철강, 의류, 제약)에 대해 금리상승에 대한 시나리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모니터링이 필요한 산업 ▲지표 하락 폭이 크지만 절대적 수준은 양호한 산업 ▲금리 스트레스 수준에 따른 민감도가 높은 산업 ▲금리상승에도 지표가 매우 우수한 산업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
해당 시나리오 테스트의 측정지표는 ‘EBITDA(추정치)/이자비용(3가지 케이스)’으로, 이자비용 상승 부담을 실적 개선으로 방어할 수 있는지 여부를 측정했다. 테스트에 포함된 업체는 203곳으로 각 산업을 대표할 수 있는 업체들로 선정됐다. 다만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 위주로 구성돼 있어 산업 전체를 대표할 수 없는 한계점도 있다.
테스트 결과 전체적인 기업들의 EBITDA/이자비용 지표가 2021년 대비 2023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조선, 호텔면세, 항공운송, 유통, 민자발전은 모니터링이 필요한 산업으로 나타났다. 5개 산업의 평균 순차입금/EBITDA 배수는 9.9배로, 순차입금 커버리지도 전체 평균(1.8배)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5개 산업의 평균 유동자산 유동부채 비율은 84%로 유동성 수준도 산업 대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호텔면세업은 지표 개선은 전망되나 타 산업 대비 열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선업은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일부 업체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본확충을 진행하면서 신용도 하락 위험이 크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항공운송, 유통은 실적회복 정도가 이자비용 상승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됐다. 민자발전의 경우 대규모 투자 후 자금회수 단계로 올해 지표가 소폭 하락 후 개선되지만 타 산업 대비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예측된다.
건설, 음식료, 정유, 제약, 통신서비스, 석유화학 산업은 금리 수준에 따라 다른 방향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상승폭이 예상보다 커지면 지표의 방향성이 부정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금리 상승 속도를 주의깊게 봐야 할 전망이다. 건설 산업은 금리 상승으로 주택경기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하방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해운, 석유화학, 철강, 정유, 자동차 산업은 지표의 하락 폭은 크지만 절대적 수준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 석유화학, 철강업은 2021년 업황 호조로 큰 폭의 실적 개선 후 2022년 이후 수급 안정화로 EBITDA가 축소되면서 지표가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정유는 유가 전망과 화학부분의 수급부담 등에 따른 EBITDA 감소로 지표가 하락하지만 유가 수준에 따라 개선될 여지가 있다.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의류산업은 금리상승에도 지표가 매우 우수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자동차부품과 의류산업은 분석대상이 상위 등급 대형업체 위주로 구성돼 있어 중소 업체들의 상황은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