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부진에 '한정된 수수료 수익' 돌파구 일환
기업가치 높은 벤처도 문 두드려 "기회 많아"
대형 증권사 진출에 "자본력이 중요해질 것"
비상장 투자에 PI 집중되며 IPO 리스크에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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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형사, 중소형사를 막론하고 다수의 증권사들이 주식 관련 자기자본(PI)투자를 늘리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엔 주로 비상장 주식을 대상으로 한 PI가 크게 늘고 있다. 주관·인수수수료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데다 올해 들어 딜(Deal)이 감소한 데 따른 수익 다각화의 일환이다.
주식 관련 PI투자는 주로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력하던 영역이다. 대형 증권사들도 주식 PI투자를 본격 확장하면서 '각사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증권사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침체가 불가피한 IPO 시장 리스크에도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식자본시장(ECM) 관련 딜은 가뭄에 콩 나듯 나오고 있다. 마켓컬리, SSG닷컴 등 그나마 증시 입성을 내건 기업들조차도 상장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최장 락업(의무보유)기간인 6개월 동안은 수급 문제로 IPO에 나서긴 쉽지 않은 환경일 것이라고 예측이 나온 바 있다. 여기에 증시 하락 여파까지 덮치며 흥행을 점치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에 대형 증권사들도 PI투자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의 주식 관련 PI 투자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 혹은 시리즈B 이상에 해당하는 투자단계에 있는 비상장 기업들이 대상이다.
그간 PI투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력하던 영역이었다. 주관계약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밀려왔던 까닭에, 투자 단행시 '주관계약을 맺기로 약속'하며 딜 소싱 가능성을 높여왔다.
실제로 하이투자증권이 과거 초기투자했던 기업들의 상장이 올해 다수 예정돼 있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DGB대구은행이 나서 하이투자증권의 PI투자를 전폭적 지지해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안타증권도 PI투자를 지속 늘리고 있다. 대체로 상장 직전의 코스닥 스몰캡 기업 위주이며 구주보단 신주 위주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키움증권도 대기업이 관심을 가질만한 매물을 중심으로 주관사계약 확보 목적의 PI투자를 진행해왔다.
대형사들도 PI투자 확장 채비에 나섰다. 카카오뱅크 초기투자로 지난해 지분법이익 5500억원가량을 인식한 한국금융지주의 성과가 불을 지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PI투자를 담당하는 IPO솔루션팀을 신설, 올해 3월 조직정비를 마치고 본격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도 기존 AI부를 MS(Multi Strategy)부와 GI(Global Investment)부로 세분화해 수익을 늘릴 복안을 마련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기업가치가 꽤 높은, 상장 직전인 비상장사의 프리IPO나 세간의 관심을 받는 벤처기업의 구주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탈(VC) 심사역들처럼 관련 실무진들은 직접 딜을 소싱(Sourcing)하러 돌아다닌다. 향후 대형 증권사들의 PI 투자가 활성화될 수록, '자본력'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주관, 인수 수수료만으론 부족하니 투자를 더 해야한다'라는 인식에서 기인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까지 치열해져온 주관 및 인수 주관 경쟁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주관·인수수수료가 낮아진 상태라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수익 다각화를 위해 증권사들이 PI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속 이어진 IPO 호황에 증권사별 사업계획이 훨씬 높아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전이면 LG에너지솔루션 공모 규모(12조7500억원) 정도만 주관 및 인수계약 따내도 1년 장사는 클로징되는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증권사별 사업계획이 더 높아졌다"라며 "다른 딜들을 통해서 LG에너지솔루션 만큼 벌어야하는 상황인 셈인데 이처럼 사업계획목표를 계속 올리는 것이 맞나 싶다"라고 말했다.
트레이딩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도 여파를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리인상 부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초래된 증시 부진으로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IB(투자은행), 자산관리(WM) 부문의 감익이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결합상품 상환 감소도 예상되는 상태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통상 파생결합상품은 6개월 안에 조기상환 되는데, 증시 부진으로 조기상환이 줄면 그만큼 판매 수수료수익이 감소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WM, 브로커리지 등 수익이 감소되고 IPO 관련 주관, 인수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고밸류를 형성하고 있는 비상장사 주식 투자가 불가피할 수 있다"라며 "중소형 VC들보다 큰 규모의 자본을 가지고 있어 구주매출이나 신주인수에 대한 기회가 좀 더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