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 고평가 추세 한 풀 꺾이나…구주 매출도
주주도 매입 의사에 적극, "상장 후 주가 떨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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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니콘 특례상장 1호'로 꼽히던 '보로노이'가 코스닥 증시 변동성에 상장을 철회했다. 통상 벤처기업들은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삼는 만큼, 벤처업계는 엑시트(투자금회수) 불확실성이 비상장주식 시장의 하락세로 이어질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장 시장이 한 풀 꺾이며, 최근엔 상장을 목전에 둔 기업들의 '소액 구주매출'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IPO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반복되자 상장 전 미리 일부라도 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기존엔 없던 신규 시장이라는 평가다.
한국형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던 보로노이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상장을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부진을 면치 못한 결과다.
철회 요인으로는 금리 인상 가능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코스닥 시장 변동성 확대'가 꼽힌다. 보로노이도 이 점을 상장 철회 근거로 제시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전부터 보로노이에 대한 의구심이 만만치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보로노이가 VC가 아닌 나이스F&I, DS앤파트너스, DS자산운용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서다. VC가 증권사나 운용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심사 관련 전문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까닭에 벤처기업은 초기 투자 주체에 따라 평가가 갈리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리딩 투자가 VC가 아닌 자본시장 쪽에서부터 이뤄지다보니 보로노이는 연구기반을 잘 갖췄다는 확신을 모든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지 못했다"라며 "투자 주체와 별개로도 시장 자체가 변동성이 극심한 상태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이전같으면 큰 문제가 없을수도 있었지만, IPO 시장 변동성이 워낙 크다보니 '애초에 누가 투자했느냐'도 투자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유니콘 기업의 상장 실패 사례를 두고, '비상장주식의 고평가 추세가 꺾일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코스닥 시장이 비상장기업의 기업가치를 받아주지 못할 정도로 꺾인 경우 투자자의 손실이 커지면서 고밸류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전환, 비상장주 시장의 호황이 저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심사 난이도를 높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상장이 지연되고 있는 마켓컬리를 비롯, 상장을 앞둔 무신사나 케이뱅크 등의 주주들의 구주 매각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해당 기업들에 소액으로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이 보유 지분을 팔려는 것으로, 규모는 100~300억원 수준으로 작다. '상장 직전 기업' 투자에 주력하는 증권사들이 해당 구주 매입에 관심을 보이곤 있지만 투자가치도 엄격히 평가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소액 구주매출' 시장이 새로 형성됐다는 관전평도 나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액인 구주를 사고파는 시장이 기존에는 없었는데 IPO 시장 호황이 지난 2년간 이어지면서 새로 보여지는 시장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투자업계 분위기도 상당히 변했다는 지적이다. 통상 구주 거래를 원하는 쪽은 기존 투자자들이 아니었다. 구주 매입을 원하는 투자자가 직접 구주를 보유한 주주를 대상으로 매입 의사를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기존 주주들이 전보다 구주매입 의사에 적극 반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IPO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늘면서다. 상장 전 원금회수를 위해 들고 있던 지분을 파는 투자자도 생기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구주는 매입 의사가 있는 투자자들이 직접 기존 주주에게 찾아가 의사표시를 해야 거래가 가능했다. 상장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라며 "다만 최근엔 상장하고 주가가 빠지는 경우도 있으니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구주를 팔려고 하는 수요도 생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