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미니스톱·쏘카…공격투자 시동거는 롯데
文정부 하 태양광 키웠던 한화…전략수정 불가피
GS는 '중화학 지우기',현대重 '신사업·IPO'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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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계 5~10위권 롯데·한화·GS·현대중공업 그룹은 새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일찌감치 ‘미래 사업’에 집중한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과 달리 해당 그룹들은 유통·화학·정유·조선업 등 주력 사업의 성장 한계로 미래 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태양광·우주 사업처럼 정책 영향이 큰 사업들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투자 및 M&A(인수합병)를 통한 신사업 진출, 계열사 기업공개(IPO) 등 당면한 과제가 많아 정부의 규제 및 감독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롯데그룹이다. 이달 롯데렌탈은 차량공유업체 쏘카의 3대 주주에 오르며 모빌리티 사업 확장 의지를 보였다. 신동빈 회장이 전 계열사에 ‘실버케어 산업 육성’ 총동원령도 내렸다. 롯데지주가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고 헬스케어 플랫폼에 진출하는 등 ‘투자형 지주사’로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선 최근 롯데가 SK그룹처럼 투자를 유치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제 시작’인 신사업들에 대한 그룹의 청사진이 모호해 일련의 투자에 대한 평가는 이르다.
잠잠했던 롯데가 크고 작은 투자에 나서는 배경엔 ‘위기의 롯데’ 꼬리표를 떼어낼 모멘텀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점이 고려된다. IT·AI·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4대그룹의 주력사업에 비해 유통·화학 분야 성장에는 한계가 따른다. 2020년 증시 활황 속에서 롯데는 10대 그룹 중 시가총액이 유일하게 감소했다. 2015년 ‘형제의 난’, 신동빈 회장 구속, 중국의 사드 보복, 유통업의 구조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롯데의 ‘잃어버린 5년’이 이어졌다. 코로나가 겹치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IPO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롯데가 통상 보수 정권에서 큰 성장을 보인 그룹인 점을 고려하면 기대감도 오른다. 롯데는 2008년부터 하이마트, KT렌탈, 삼성의 화학사업부 인수까지 활발한 M&A로 외형확장을 했다. 2010년 한 해에만 11건의 M&A를 했고, 한동안 확장 기조를 보였다. 롯데를 재계 5위로 끌어올리는데 공격적인 M&A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석열 정부’를 대비해 대기업이 검찰 출신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롯데쇼핑은 사외이사로 10여 년 전 신동빈 회장을 수사해 기소했던 조상철 전 검사장을 영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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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그룹 내외부에서 변화 시도가 포착된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순혈주의를 깨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고, HQ(헤드쿼터)체제로 전환해 각 사업군의 자율성을 높였다. 다만 롯데의 공고한 ‘톱다운(하향식)’ 경영이 얼마나 바뀔지는 지켜봐야 한다. 회장 등 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가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나 전략 컨트롤타워를 맡아 공격적인 미래 먹거리 투자를 하는 타 그룹들과 달리 롯데는 ‘책임지고’ 투자를 진행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 점도 거론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최근 무형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은 과거 스타일과 다른데, 당장 답이 나오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10년을 봐야한다”며 “전통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 신사업 경쟁력을 키워가는게 앞으로 롯데의 몇 년간의 과제다”라고 말했다.
태양광·우주사업 등 정책 영향이 큰 사업을 주력 사업 및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한화그룹도 새 정부 출범으로 전략 수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태양광과 우주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어 그룹의 투자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핵심이었고, 2017년 정부 출범과 함께 한화의 태양광 사업이 주목받았다. 한화는 2010년 4300억원을 투자하며 태양광 사업에 진출해 10여년 만에 몸집을 대폭 불렸다.
이후 중국의 부상,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 등 시장이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굴러가면서 태양광 사업이 흔들렸다. 국내 기업들은 줄줄이 태양광 소재 생산을 접었고, 한화솔루션도 결국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 LG가 태양광 사업을 철수하면서 현재 국내 대기업 중 태양광 사업을 유지하는 건 한화가 유일하다.
녹록지 않은 시기를 거쳐 이제부터 태양광 사업에 ‘제대로’ 투자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중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우위 굳히기에 나설 전망이다. 한화큐셀은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태양광과 우주사업에 대한 로드맵이 있고, 성장성이 있는 사업인 점은 긍정적”이라며 “에너지사업과 우주사업은 정책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그룹 전략이 새 정부에서 어떻게 실행될 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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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자본시장에 자주 이름이 언급되는 GS그룹도 활약(?)이 주목되는 그룹 중 하나다. GS는 GS칼텍스 의존도가 너무 높고, 미래성장 동력이 잘 보이지 않아 새 모멘텀 발굴이 필요하다. 이에 지난해 허태수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사업 다각화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있다. 현재 지주사 ㈜GS는 보톡스기업 휴젤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데, 유일한 SI(전략적 투자자)로서 투자 규모를 늘리며 오랜만의 그룹의 대규모 바이아웃 딜(deal)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M&A에서 ‘간만 보는’ 보수적인 전략을 보여 온 GS가 M&A로 확실히 ‘중화학 지우기’를 해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GS그룹은 2019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다 공식 입찰에서 발을 뺐다. 2020년에는 GS건설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하다 포기했고 2015년에는 GS리테일이 KT렌탈 인수를 추진하다 고배를 마셨다. 앞서 2008년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을 인수하려다 포기했고 2012년에는 코웨이 인수를 추진했으나 탈락했다.
문재인 정부의 조선업 활력제고 정책의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중공업도 눈앞에 놓인 과제가 많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으로 정권 교체 부담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EU의 승인 불허로 거래가 불발돼 그룹의 부담은 없다는 관측이 많다. 오히려 그린수소 생산과 액화수소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사업, 자율주행 선박 등 스마트 선박 사업처럼 ‘해양 모빌리티’ 신사업이 차기 정권 하 어느 정도의 진전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시작 단계이고 업황이 느린 조선업의 특성상 성과 내기에 시간이 걸리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 달리기 위해서는 향후 몇 년이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 등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해당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모자회사 동시상장 이슈를 두고 투자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조율할 지도 문제다.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이 있고, 그 밑에 상장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있는데 비상장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연내 상장 추진 계획을 밝혔다. 새 정부에서 물적분할 후 상장할 때 보완책을 마련해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라 정책 마련 이후 상장 계획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