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1500억 소각해봐야 주당이익 0.71% 상승
올해 예상 총주주환원율도 KB금융에 뒤질 듯
"발표 시점 KB보다 늦고 규모는 같아 신선함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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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고 너무 적었다. 신한금융지주가 2년만에 1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ㆍ소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시큰둥했다. 주요 기관 주주들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신한금융은 지난해부터 주주환원율을 중심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소각을 포함해도 여전히 경쟁사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3년새 대규모 증자로 자본과 이사 숫자만 늘려놓고, 내실은 채우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24일 전일 대비 0.25%(100원) 오른 3만98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오전 열린 주주총회에서 분기 균등 배당과 1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ㆍ소각이 발표된 직후 장중 한때 전일 대비 1.7%까지 상승폭을 키웠지만, 오후 들어 상승분을 전부 반납했다. 25일에도 0.75%(300원) 오르며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주주환원책의 양이나 질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실제로 이번 자사주 매입ㆍ소각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거란 평가다. 신한금융은 378만여주를 소각할 예정인데, 이는 현 발행주식수 5억3405만여주의 0.71%에 불과하다. 소각 후 지난해 연간 순이익 기준 주당 순이익은 7308원에서 7360원으로 '찔끔' 오르는 데 그친다.
2018년 9.4%였던 신한금융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지난해 말 기준 9.2%로 뒷걸음질쳤다. 3년 사이 그룹 순이익은 27%나 증가하며 4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지만, 두 차례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이 크게 늘어난 까닭이다. 신한금융은 2019년 7500억여원, 2021년 1조1500억여원 등 두 차례에 걸쳐 1조9000억여원 규모 증자를 단행했다.
반면 자사주 소각은 지난 2020년 1500억원에 이번 결정까지 포함, 총 3000억원에 그친다. 주주가치 상승분에 비해 희석분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2018년 3조1100억여원이었던 보통주 귀속 순이익은 지난해 3조9000억여원으로 25%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가중평균 유통 보통주 주식 수가 4억7300만여주에서 5억3400만여주로 크게 늘어나며, 주당 순이익은 6579원에서 7308원으로 11% 늘어나는데 그쳤다.
만약 증자가 없었다면 지난해 말 기준 주당 순이익은 8240원으로 현재 수치보다 12% 이상 높아질 수 있었다. 현재 신한금융 주가에 적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6배 안팎이다. 이를 적용하면 주가는 5만원선까지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소각 발표 시점도 애매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 지분을 보유 중인한 운용사 관계자는 "2020년에도 그랬고 올해에도 KB금융이 먼저 1500억원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뒤 신한금융이 따라가는 모습이었다"며 "규모는 같은데 발표 시점은 늦었다는 점에서 시장이 느끼는 신선함은 훨씬 떨어졌을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새로 부임한 이태경 그룹 재무부문장(CFO)이 그간 쌓인 주주들의 불만을 너무 앝게 판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문장은 이전까지 전략 및 글로벌 부문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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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은 지난해부터 총주주환원율을 새 주주가치 제고 척도로 제시했다. 주주환원율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 규모를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10년 평균 국내 증시 총주주환원율은 28%였다.
이번 자사주 소각을 포함, 올해 예상 배당액을 예상 순이익으로 나눈 올해 신한금융 예상 총주주환원율은 29.7%로 추정된다. 배당성향 25.5%, 주당 2200원 배당을 전제로 한 값이다. 같은 기준으로 산정한 올해 KB금융 예상 총주주환원율은 31.1%로 추정된다.
올해 예상 총 순이익은 물론, ROE 등 수익성 지표에서 KB금융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주주가치 환원 척도마저 신한금융이 열세에 있는 셈이다. 두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 격차는 3600억여원이지만, 시가총액 격차는 KB금융 25조원, 신한금융 20조원으로 5조원 가까이 벌어져 있다.
물론 사옥 매각 등 일회성 이익을 더하면 올해 신한금융 순익이 5조원에 달할거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이 과정에서 추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적절한 주주 환원이 뒷받침되면 역전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주가 상승 및 주주가치 제고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는 규모로 전체 발행 주식 수의 5% 안팎을 거론한다. 미국 증시의 경우 10년 평균 총주주환원율이 89%에 육박한다. 3년간 매년 전체 주식 수의 10% 이상을 매입하고,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올려야 가능한 수치다.
일례로 애플의 경우 2018년 이후 3년간 2096억달러(약 255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419억달러(약 51조원)를 배당했다. 총 주주 환원액이 2515억달러(약 306조원)에 달한다. 이 기간 애플의 총 순이익은 1721억달러(약 209조원)였다. 총주주환원율이 146%에 달한다. 애플은 지난해에도 한 해 동안 855억달러(약 104조원)를 들여 자사주를 매입했다. 전체 발행 주식 수의 약 4%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규모 증자 이후 눈에 띄는 M&A(인수합병) 등이 없었던 터라, 결국 우호적 주주 및 사외이사를 확보하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며 "분기별 배당 외에는 눈에 띄는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