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이후 심사역들 성과급 미지급…불만 속출
CVC라서? 카카오페이 사태 때문? 무성한 추측
카카오 "내달 중 670억 성과급 지급 마무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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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카카오벤처스가 조성했던 '두나무 투자 펀드'가 지난해말 청산 절차를 마무리하며 주요 기관투자자(LP)인 카카오 등에 큰 수익을 안겼다. 기업가치가 한껏 오른 두나무에 투자한 덕에 해당 펀드로만 1000억원 이상의 성과보수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됐던 카카오벤처스는 정작 카카오로부터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카카오벤처스가 조성한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펀드'의 청산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카카오벤처스 임직원들은 성과급 지급에서 소외받고 있다. 초기 두나무 투자를 담당하다 카카오로 자리를 옮긴 임지훈 전 대표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해당 펀드는 카카오벤처스가 2012년에 조성한 펀드로,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비상장주식을 비롯해 넵튠, 왓챠플레이 등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카카오도 LP로 참여했다.
펀드 투자자들이 투자금 대비 수백배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됐다.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다. 업비트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점유율은 80%에 이른다. 이같은 성장세에 지난해 연간 영업수익은 3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1배 증가했다.
예상 기업가치는 14조~20조원 정도가 거론된다. 장외가 기준으로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14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이브가 두나무 지분을 취득할 당시에는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20조원대로 산정했다. 50억원을 투자한 카카오가 최소 5000억원 이상의 투자성과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그런데 정작 카카오벤처스 임직원들은 아직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다. 지급이 늦어지는 데 내부 관계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는 전언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먼저 벤처업계의 현주소가 그 배경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벤처캐피탈(VC) 업계의 시장 포화가 지속되면서 투자 성패는 '운'에 달렸다는 푸념이 늘었다. 그간 국내 VC업계를 설명하던 논리는 '투자업은 개인기에 달렸고, 이에 대한 보상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였지만, 최근에는 개인보단 조직의 시스템이 갖는 힘이 더 크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카카오도 카카오벤처스의 두나무 투자 성과가 '개인의 역량'이라기 보단 '카카오 브랜드 네이밍' 덕이라고 생각, 성과급 지급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 산하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는 아니지만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벤처스가 카카오 입김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 네임밸류 덕에 딜 소싱이 가능했던 건이 없지 않은 이유에서다. 카카오가 벤처업계의 엑시트(투자금회수) 창구 역할을 하던 당시, 카카오벤처스의 투자 소식은 투자의 바로미터가 되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카카오벤처스로 하여금, 카카오 브랜드 덕 본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대기업 산하에 있는 VC 하우스들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개인기에 의존하는 정통적인 모델을 대기업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원인으론 올초 불거진 '카카오페이 사태'가 꼽힌다. 지난해 말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여러 임원진들은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지수에 편입되는 당일 집단 매도를 하며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특정 계열사의 임원이 수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데 여론의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원인으론 VC 하우스별 연간 성과급 지급 한도가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VC 하우스들은 매년 지급 가능한 인센티브가 제한돼 있다. 그 한도는, 큰 하우스는 100억원, 작은 하우스는 30억원 정도로 책정돼 있다. 일례로 두나무 투자로 수익을 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이하 에이티넘)는 인센티브 지급 한도를 지난해말 200억원으로 늘렸다. 두나무 투자에 공을 세운 에이티넘 소속 심사역은 최대 800억~10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몇 년에 걸쳐 지급받기로 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두나무에 투자해 수익을 크게 낸 하우스들은 성과급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지급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결정하느라 늦어지는 것 같다"라며 "통상 성과급은 한 번에 주지만 사규상 지급 제한액이 있으면 그럴 수 있을 것이고 의도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인력유출 문제도 있어 원인이 아닐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벤처스는 내부 사규에 연 성과급 지급 한도액 규정이 없다고 전해진다. 카카오벤처스 한 관계자는 "작년말 카카오가 실적 발표를 하며 카카오벤처스에 670억원가량의 상여금이 책정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라며 "펀드 청산 절차를 마치면서 현재 내부적으로 개별 협상 중이며 늦으면 4월, 빠르면 3월 말에 지급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