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단기 금리 역전...'경기 침체 전조' 對 '이번엔 다르다'
입력 2022.04.01 07:00
    FOMC이후 주식시장은 반등에 성공
    연준 긴축 가속화에 채권시장 급락
    매파적 긴축에 경기부담 가중 전망
    주택시장부터 악영향…주식시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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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수익률)가 역전됐다. 장기 금리(10년물)가 더 높은 것이 일반적이나, 단기 금리(2년물)가 더 높아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손꼽힌다.

      이를 두고 국내 금융권에선 '이번엔 다르다'는 주장이 일단 주류를 이루고 있다. 2년-10년 금리가 역전됐다고 반드시 경기침체가 오지는 않으며, 3개월-10년의 경우엔 아직도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는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이전의 장단기 금리 역전때도 늘 '이번엔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모두 틀렸다는 것이다.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결국 경기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이번 긴축 과정에서 경기 연착륙은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시장에서 미국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장중 한때 2.391%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각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389%로, 2bp(0.02%포인트)차로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앞질렀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20bp 이상 격차가 있었지만, 최근 단기 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결국 뒤집어진 것이다.

      2년-10년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1990년 이후 4차례의 경기 침체를 예견하며 일종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왔다. 2006년의 역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고, 2019년 역전 이후엔 2020년 코로나가 닥치며 역시 경기 침체가 들이닥쳤다.

      이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최대 7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단기 금리에 큰 영향을 준다. 

      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의 성장률은 기대보다 낮아질 거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장기 금리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지 못하는 배경이 된다. 채권 트레이더들이 단기채를 팔고 장기채를 사며 역전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어느정도 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자연스러운 역전인만큼 너무 우려하지 말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연준 역시 25일 보고서를 통해 "장단기 수익률 역전이 지나친 관심을 받고 있다"며 "금리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가 아니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3개월-10년 금리차는 아직 여유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엔 다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손호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부분에서 미국 경제가 호황기라는 해석도 나온다"며 "미국이 긴축에 나섰지만, 고용과 소비가 견조해 경기침체에 대한 확신은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년-10년 금리만 역전됐다고 경기 침체가 일어나진 않았다. KB증권에 따르면, 3개월-10년, 1년-10년, 2년-10년, 5년-10년 등 다른 만기의 금리도 모두 역전된 후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다. 아직 3개월-10년과 1년-10년 금리 차는 역전되지 않았다.

      최근 주식시장은 오히려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번엔 다르다'는 근거 중 하나로 언급된다.  

      3월 한달간 채권 변동성 지수인 MOVE는 치솟은 반면, 주식 변동성 지수인 VIX는 하향 안정세를 띄었다. 디커플링이 일어난 것이다. 경기 낙관론이 득세하며 나스닥 중심 성장주와 기술주가 수혜를 입기도 했다. 지난주에 발표된 미국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8만7000건으로 시장 예상치(21만건)을 하회하며 1969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주식-채권 변동성 지수 격차가 확대되면 신용스프레드(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경기침체가 현실화했으나 아직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가 신용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이는 경기침체 위험이 당장 현실화할 여지가 낮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역사적으로 '이번엔 다르다'는 낙관론이 항상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는 결말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에 관해서는 '이번에는 다르다'가 언제나 틀렸다"며 "1999년에도, 2006년에도, 2019년에도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2년-10년 금리차가 역전되는 것 자체보다는, 3개월-10년 금리차엔 여유가 있으니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언제나 경기에 부담을 준다. 여기에 물가 부담으로 인해 이미 미국의 소비심리는 둔화하고 있고, 사업환경과 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는 실제 소비지출 둔화할 우려도 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5월로 예정된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50bp 인상이 이뤄질 것을 점치고 있다.

      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 역시 꾸준히 언급된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준 총재는 최근 현지 언론 기고문을 통해 "(초기에 연준이 방치한)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에 충분한 제약을 가하고 실업률을 더 높이도록 긴축을 진행해야 한다"며 "연준은 경제 연착륙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