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의 승리…이사회 견제로 지배구조 영향 불가피
지분 매각 향방 주목…협상력↓에 매각조건 완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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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가 결국 행동주의 펀드에 백기를 들었다. 지배구조 개선 요구 수용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경영권 지분 매각의 향방은 또다른 관심사다. 매각조건 완화의 빌미가 될 경우 그간 유리한 고지에 서서 협상을 주도해 온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협상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력 협상자인 카카오도 주주총회 결과에 따른 손익 계산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주주 간 표대결은 올해 주주총회 시즌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이변 없이 우호 감사 선임에 성공했다. SM은 앞서 제안한 감사·사외이사·사내이사 후보 모두 주총 직전 사퇴로 사실상 표대결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이사회 견제가 가능해지면서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중심의 SM 지배구조에도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한창 진행중인 SM 경영권 매각에도 영향이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몰리는 분위기다.
SM은 현재 이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8.73% 매각을 타진 중이다. 현재는 카카오가 CJ를 제치고 유력한 인수후보로 재부상했다. 매각 규모와 가격 등이 큰틀에서 합의됐고 추가 조건에 대한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SM은 '이수만 프로듀서를 인수사 내 주요 경영진으로서 자리를 보장해주고 100억원 수준의 연봉을 지급할 것'을 매각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인수후보 사이에 다소 과도하다는 공감대가 일었지만 "조건 수용이 안 되면 체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콧대 높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참고기사 : SM 매각, '이수만 임원으로 채용ㆍ연봉 100억 제공' 요구에…원매자들 흔들
그간 유리한 고지에 서서 협상을 주도해 온 SM이지만 이번 주총을 계기로 이전만큼의 협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아질 수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총에 앞서 "주총 결과에 따라 매각조건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 주주표심이 매각 협상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매각 차질 대비책, 라이크기획의 사업에 차질을 빚게됐다는 점이 특히 협상 발목을 잡을 요소로 거론된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프로듀서 개인회사로, 매년 SM에 용역 대가로 영업이익 절반을 받아 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있어온 곳이다. 이 프로듀서가 인수사에 제시한 100억원 수준의 연봉은 SM 퇴사에 대비한 일종의 안전장치 요소로, 라이크기획 인세규모가 주요 책정 기준이 됐을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거버넌스 개선 차원에서 라이크기획 용역 계약 해지에 우선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프로듀서로선 매해 수백억원 현금 창출 통로가 막힐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행동주의 타깃으로 지목된 만큼 무리하게 추가 조건을 제시하는 등 운신을 꾀하기 쉽지 않아졌다는 점도 고민을 키운다.
유력한 인수후보인 카카오에도 주총 결과는 다소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 매각조건 완화를 기대해볼만하지만 기업가치 개선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면서 인수가격 상승 압력이 오히려 높아진 점은 달갑지 않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존재감이 사실상 SM 지분 인수전 흥행을 견인하고 있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만큼 이 프로듀서가 배제된 독자경영을 가늠하기 막막한 면도 일부 있을 수 있다.
M&A 참여자 모두에게 고민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있는 주총이었다는 관전이 나온다. 매각 과정에서 SM이 매각을 발판으로 얻고자 하는 갈증 지점도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SM과 CJ 간 협상 기류가 모호해진 시점에 한 이종업계 대기업이 SM에 "어떤 조건도 수용해주겠다"며 강력한 인수 의지를 어필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SM의 고사 배경엔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인수자를 찾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카카오와의 협상 진전은 곧 SM에도 '카카오는 전략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추가조건 수용만이 거래 성사를 좌우하고 있지는 않은 만큼 이는 SM이 협상력 타격을 입은 현 시점에 인수 측의 매각조건 완화 주요 논리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