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병역 문제'만 남은 하이브의 라스베이거스 프로젝트
입력 2022.04.12 07:00
    취재노트
    100여명에 이르는 기자단 대동해 간 하이브
    BTS 병역문제 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언급
    최근 정권교체와 맞물려 '여론전'에 총력중
    국방위 등 정치권에서는 "개정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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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공연에 한창이다. 4월9일(미국 현지시간)부터 열리는 BTS 콘서트에 수만명의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이 몰려들고 있다. 소속사인 하이브는 공연에 앞서 '더 시티(THE CITY)'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공연이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를 'BTS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오랜 시간 대면 콘서트를 열지 못했던 만큼 이번 BTS의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는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제 팬들과의 만남이 재개된다는 기대감에 엔터업계가 같이 들썩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기대와는 달리, BTS의 콘서트보다 'BTS의 병역특례'와 관련된 논란이 더욱 화제다.  

      하이브는 이번 콘서트 프로젝트에 100여명에 이르는 국내 취재진을 대동해 갔다. 하이브가 7일부터 12일까지 항공권, 숙박, 식사, 코로나 검사 비용을 모두 지원해주는 일정이다. 2016년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시행 이후 이 같은 기업체의 언론사 대동 대형 투어가 이례적이다보니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위반' 논란을 예상했다. 

      이에 하이브 측은 "법적 자문을 마쳤고 국민 권익위원회의 유권 해석도 받아둔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11일 권익위는 "원론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했을 뿐 특정기업체의 언론사 대상 해외 취재지원이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답변한 사실이 없음"이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대규모 취재진을 대동한 덕분인지(?) 연일 국내 언론에는 'BTS 군면제'를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하이브 측이 군입대 이슈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다. 지금까지 하이브는 병역 이슈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이진형 하이브 COO(커뮤니케이션 총괄)는 지난 9일 오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병역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사회적으로도, 국회에서도 논의가 성숙된 걸로 보인다. 조속히 결론을 내주셨으면 좋겠다"며 병역 문제 결정을 정치권에 재촉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BTS 멤버들의 '국가의 부름에 응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판단을 회사에 일임한 상태"라면서도 "최근 몇 년간 병역제도가 변화하고 그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에 아티스트가 이런 점을 조금 힘들어하는 건 사실이다"라며 BTS를 앞세우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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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의 일치인지, 라스베이거스 공연이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여론조사 리서치기관인 한국갤럽이 'BTS의 병역특례'에 대해 국민 "59%가 찬성, 33%가 반대"라고 조사한 내용의 기사가 쏟아졌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과연 1004명이 전국민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이달 2일에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용산구 하이브 본사를 깜짝 방문해 이슈가 됐다. '문화벤처산업 육성'에 대한 논의를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방문 계획이 알려졌을 때부터 "병역 문제를 논의하러 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많았다. 언론 등 공식 노출을 극도로 꺼리던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직접 안철수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이 공개됐다. 

      안철수 위원장은 방문 후 "병역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인수위가 4일 하이브, SM, JYP 등 엔터사 대표들과 'K팝 발전 간담회'를 가지기에 앞서 안 위원장이 하이브만 '따로' 방문한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유없이 갔겠나"는 의견을 내비쳤다. 

      아직 새 정부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하이브와 정치권과의 교류로 인한 '잡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BTS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공연을 준비중이라는 발언을 했는데, BTS 팬들 사이에서 "BTS를 정치적 목적에 악용하지 말라"는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인수위와 하이브 측 모두 "논의 한 적 없고, 공식 요청도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노골적인 하이브와 정치권의 행보에 어쩌면 BTS의 병역 문제에 가장 민감한, BTS의 팬덤에서조차 반감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하이브로서는 조급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 일부 BTS 멤버들의 군입대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BTS의 병역 문제가 문재인 정권에서 정리됐으면 '베스트'였겠지만, 정치권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뿐만 아니라 국민적 합의에 이르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바뀌는 상황에서 여론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하이브 측이 "최근 몇 년간 병역제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사실상 병역제도가 크게 달라진 바 없다. BTS의 병역 문제로 '대중문화 종사자의 병역특례'가 사회적 이슈가 됐고, 2020년 병역법 개정안(대중문화예술분야 우수자 군 징집 및 소집 만 30세까지 연기)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BTS의 맏형인 진(1992년생)이 올해까지 군 입대를 미룰 수 있게 됐다.

      현재 국회에는 예술·체육계 우수자에 한정된 대체복무를 대중문화예술인까지 포함시키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올림픽·아시아 경기와 국제·국내 대회 1~3위 입상자만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다. 올해 이 병역법 개정이 불발될 경우 BTS 멤버 중 진은 내년에 입대해야 한다. 슈가(1993년생), RM과 제이홉(1994년생) 등이 다음 타자다. 

      BTS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K팝의 위상을 격상시킨 혁혁한 공이 있음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다만 병역 문제는 국민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이고, 법안이 통과 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예상하기 어렵다. 'BTS는 되고, NCT는 안되는' 기준을 잡기도 애매하다. 그래미 어워드 등을 기준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특정 국가의, 특정 상을 한국의 '군입대 면제' 기준으로 하기는 리스크가 크다. 

      국민적인 합의에 앞서 정치권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분위기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병역법 개정안은 3건으로, 국방위원회에 머물러있다. 통상 법안이 발의되고 본회의까지 가는데에도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쳐야 해 통상 법안의 발의에서 적용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에 대해 논의하는 소의원회가 지난해 11월25일 열렸는데, 회의록을 보면 여전히 각각 다른 의견임을 알 수 있다. 

      한 국방위원회 소속 정당 관계자는 "정치권 내에서도 이론(異論)이 많기 때문에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군입대 예외 혜택을 줄이는 국면인데 BTS만을 위해 예외를 늘이는 건 국민 정서상 쉽지 않다. 국방위 소속 의원들 대체적으로 반대의견이 많은 분위기지만 여론을 의식해 강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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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는 이제는 '군입대 이슈'가 하이브의 성장성을 논할 때 핵심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다수다. 하이브도 그 점을 알기 때문에 상장 이후 쉴새없이 사업 확장과 다각화를 벌여왔다. 시장에서도 하이브가 'BTS가 군대에 가지 않을 것'을 전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이브 정도 규모의 엔터사라면 이미 2~3년 간의 아티스트 데뷔, 활동 일정 등이 세밀하게 짜여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엔터사는 아티스트의 활동이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생산량 사업계획이 짜여져 있는 것이 당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JYP엔터의 경우 향후 몇 년간의 그룹별 발표할 노래들까지 모두 계획이 짜여져 있고 투자자들에게 공유되기도 한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군대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이 언젠데 아직까지 '플랜B'가 없다면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군복무 시기가 짧아졌기도 하고, 그 기간동안 팬들에게 제공될 수많은 영상 및 사진 콘텐츠들을 미리 준비해놓는다면 인기를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이제 더 이상 하이브를 논할 때 '군 입대' 문제를 우선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하이브가 증시에 상장을 할 때만 해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BTS 군대가면 어쩌냐"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이제는 하이브란 회사의 파급력과 성장성을 언급하지 BTS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한 기관투자자는 "시장 어필을 위해선 이제는 BTS가 아니라 '넥스트 BTS'를 보여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우리가 여기서 멈추면 하청업체로 전락할 뿐이고, 디즈니 같은 회사가 되려면 정말 세상을 놀래킬 것들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고 한다. 실제 하이브는 '쌓인 현금'으로 끊임없는 M&A(인수합병)를 계획하는 등 여러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전해진다. 하이브가 정말 디즈니가 되고 싶다면 지금 집중해야 할 건 'BTS의 군면제'가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