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0兆가 목표, EBITDA 8000억대로 끌어올려야
'환경 기업' 거듭나려 M&A도 거듭…재무 관리도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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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에코플랜트는 SK그룹 친환경 사업을 이끌고 있다. 내년 증시에 입성하며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길 바라고 있는데 목표 달성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친환경을 상장 스토리로 미는 것은 좋지만 실제 이익으로 성장성을 입증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목표한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려면 지금보다 더 발빠른 사업확장에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SK에코플랜트는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증권사들은 지난 4일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회사는 이 중 일부를 추려 이달 중순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친환경 사업에 뛰어들었다.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인수했고, 볼트온(Bolt on) 전략을 적극 펼쳤다. 국내에서 수처리, 폐기물 소각 및 매립 등에서 수위권 입지를 갖췄다. 올해는 전자전기폐기물 재활용사 테스(TES)를 인수하며 해외로도 발을 넓혔다.
SK에코플랜트의 행보는 그룹 전략 방향과 맞닿아 있다. SK그룹은 여러 화두를 던지며 시장 변화를 이끌고 있는데 ESG, 친환경도 핵심 의제 중 하나다. 기존의 주력 계열사들은 수소, 배터리, 반도체 등 유력 사업을 이끌고 있었기 때문에 전통 산업을 하던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이 친환경 주자로 낙점받았다.
SK에코플랜트의 그룹 내 중요도도 커졌다. 수뇌부에서 직접 사업 방향을 설정해주고, 유력 인사들도 내려보내니 자연스레 힘이 실렸다는 평가다. SK건설 시절에는 SK그룹과 SK디스커버리 양쪽에 걸친 형국이라 입지가 모호했지만, 이제는 SK㈜가 주도권을 쥐었다. 최근 인사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쪽 사람들이 최태원 SK 회장 쪽 인물들로 대체되는 과정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전임 안재현 사장과 일부 임원이 SK디스커버리로 이동했고, 박경일 사장이 작년 10월부터 SK에코플랜트를 이끌고 있다.
박경일 사장은 친환경 사업 확장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을 거쳐 SK㈜의 행복디자인센터장·BM혁신실장 등을 역임했고 작년 초 SK에코플랜트의 사업운영총괄을 맡았다. SK에코플랜트를 이끄는 것만 해도 그룹의 인정을 받았다 볼 수 있지만 좋은 성과를 내서 그룹 안에서 더 큰 일을 맡으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상장을 앞두고 다방면으로 사업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부에선 박경일 사장이 상장 성과를 바탕으로 그룹 고위층으로 금의환향하길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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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상장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적어도 외부 투자자가 인정한 금액이나 자체 설정한 목표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회사는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6000억원 규모 전환우선주(CPS)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회사의 기업가치를 최대 8조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현재 장외주식시장에서 3조원 남짓한 가치를 인정받는 점을 감안하면 후한 값을 쳐준 셈이다.
자연히 회사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SK에코플랜트는 내년 8000억원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거두고, 기업가치는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BITDA 대비 12배 수준의 몸값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건설업은 대형 건설사도 배수가 5배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있지만 환경기업은 10~20배를 인정받기도 한다. 증권업계에선 해외 투자자들은 환경기업 가치를 훨씬 높이 치기 때문에 12배가 무리한 것은 아니란 평을 내놓기도 한다.
상장 주관을 검토 중인 증권사 관계자는 “친환경 기업이라는 상장 스토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실제 이익을 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EBITDA 목표치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의 2019년 연결기준 EBITDA는 4675억원이었는데 2020년과 작년엔 각각 3147억원, 2088억원에 그쳤다. SK에코엔지니어링 경영권 매각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회사 목표를 맞추려면 단기간에 EBITDA 규모를 작년말 대비 몇배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폐기물 시장 규모는 2019년 17조원에서 2025년 24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환경 처리 비용이 점점 늘고,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환경기업은 후한 기업가치 평가 대비 이익 창출력이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6개 환경기업(환경시설관리·와이에스텍·새한환경·그린환경기술·대원그린에너지·이메디원) 등의 2020년 EBIDTA 합은 845억원에 불과했다. TES 역시 작년 매출이 414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장 엄청난 이익 기여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런 사정상 SK에코플랜트는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M&A 행보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 색채를 지워야 하니 인수 대상은 대부분 환경기업일 수밖에 없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매각이 진행 중인 EMK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이 외에도 다양한 국내외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선 확장이 필요하지만 지갑 사정도 신경써야 한다. 최근 잇따른 중대형 투자로 재무 압박이 커졌다. 회사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주력 자산을 매각하고 동시다발적인 외부 투자를 유치해 왔다. 직원 반발을 무릅쓰고 플랜트 사업 경영권을 넘긴 것도 차입금을 함께 떨어내기 위한 면이 있었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회사가 늘어나면 연결기준 실적도 점점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다만 지금은 현금이 계속 유출되고 차입금도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재무상황을 잘 유지할 수 있을지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