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과제' 대우건설 매각했지만…성과급 기대감은 내려놓은 KDBI
입력 2022.04.13 07:00
    KDBI 경영진, 대우건설 매각 성과급 수령 않을 듯
    수백억원 거론되지만 구조조정 성공에 만족하기로
    산업은행 지원 있었던 거래…정권 교체 시기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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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DB인베스트먼트(이하 KDBI)는 대우건설 매각을 성사시키며 '1호 과제'를 마무리했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의 오랜 고민을 해소하며 막대한 성과 보수도 챙길 기회를 맞았지만 KDBI 경영진은 성과급을 받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거래 발굴부터 자금 조달, 매각까지 산업은행의 조력이 컸던 만큼 KDBI의 기여도가 제한적이었다. 관(官) 성격이 짙다 보니 정권 교체기 성과급 잔치를 벌이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KDBI는 올해 2월 대우건설을 중흥컨소시엄에 매각했다. 산업은행 관리를 받은 지 11년 만에, 그리고 KDBI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로서 대우건설을 넘겨받은 이래 근 3년만이다.

      KDBI는 대우건설 매각을 성공시키며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차익을 실현했다. KDBI는 대우건설 지분 50.75%를 1조3600억원대에 인수했다가, 2조원 이상을 받고 팔았다. 시장에서 통상 활용되는 기준에 비춰보면 KDBI는 대우건설 매각으로 수백억원의 성과급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KDBI는 성공의 대가를 받을 기회를 맞았지만 이대현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들은 성과급을 수령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대우건설 M&A 기여도 문제가 있다. KDBI가 매각을 위해 고군분투하긴 했지만 산업은행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KDBI는 산업은행에서 대우건설을 받아 왔으니 거래발굴 부담이 없었고, 지분투자금(Equity)이나 인수금융도 모두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았다. 매각 작업 역시 산업은행의 후광과 후선 지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 있어 KDBI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어서 성과급 잔치를 하긴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은행이나 정부 등 보는 눈이 많은 것도 이유다"라고 말했다.

      KDBI 입장에선 조만간 새 정부가 들어선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우건설 M&A는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이동걸 회장의 주도 하에 이뤄진 구조조정이고, 추진 과정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드러내놓고 '성과급 파티'를 열었다간 새 정권의 첫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아야 하는 KDBI로선 굳이 비난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

      산업은행만 해도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알박기' 논란으로 입지가 난처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부산 이전'을 강조하는 민감한 시기다. 산업은행이든 그 자회사든 더 이상의 논란의 소지를 만들면 안되는 상황이다.

      물론 투자시장 논리에 비춰보면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고, 돈도 벌어다줬으니 인센티브를 수령하는 것이 나쁘다 볼 이유는 없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선 KDBI의 출범 배경이나 성격이 가진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민간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산업은행과 한몸이나 다름 없었고, 정부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KDB생명 경영진에 성과급이 제시된 사례도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논란이 있었고, 매각 성과는 없었다.
       
      KDBI 경영진은 성과 보수를 수령하지 않지만 일부 직원들은 수혜를 볼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시장에 비해서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직원의 사기를 고양하고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KDBI 관계자는 "KDBI 경영진들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으로 만족하고 인센티브를 받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투자시장에서 영입한 실무진에 대해서는 일부 성과보수를 분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