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시장의 '불만' 체감한 엔터업계 '긴장'
'애플식 경영' 내건 하이브, 전략수정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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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 ‘완패’하면서 엔터업계 전반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엔터사의 미숙한 경영에 대해 쌓여 온 시장의 불만이 이번 주총 결과로 여실히 드러나면서다. ‘개미(소액주주)’를 포함한 여론의 영향력이 확대하는 가운데 시장 및 미디어와 소통을 줄이는 방침을 세웠던 하이브는 전략 수정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번 SM엔터의 주총 표대결은 주요 자문사들도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개인주주들 뿐만 아니라 기관들도 얼라인 측에 손을 들어줄 명분이 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한국ESG연구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까지 모두 얼라인의 안건에 찬성을 권했다.
여기에 세계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관리청(NBIM)이 주총 하루 전, SM엔터의 이사선임안에 모두 반대의견을 냈다. 얼라인 측이 제안한 감사선임에는 찬성했다. 주주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NBIM은 지난해 말 기준 SM엔터 지분 3.42%를 보유 중이다. 해외 국부펀드가 국내 특정 기업의 주총 안에 대해 공개적인 반대의견을 낸 것은 드문 일이라는 평이다.
게다가 NBIM은 SM엔터 측이 제안한 사외/사내이사 선임안 뿐만 아니라 이사 보수한도(60억원) 승인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안은 지난해와 같아 사실상 ‘동결’ 안인데, 이 안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은 “회사측의 모든 제안에 반대하겠다”는 의도가 크다는 평이다.
아직 이번 정기추종 시즌 의결권 행사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주요 주주인 KB자산운용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줬는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연말 기준 KB자산운용은 5.13% SM엔터 지분을 보유 중이다. KB자산운용은 2019년 앞서 SM엔터에 비슷한 내용의 주주제안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다른 주주들의 참여를 꾀하는 등 표대결을 준비하다가 결국 후퇴한 바 있다. KB금융그룹이라는 금융그룹에 속해있다보니 얼라인처럼 ‘자유롭게’ 공격적인 액션을 하기 어려운 점이 배경이었다.
다른 SM엔터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도 아직 의결권 행사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같은날(31일) 주총을 열었던 KT, SK이노베이션 등의 의결권 행사내역은 공개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슈가 있었던 기업의 주총이다보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지 않아 국민연금의 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진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국민연금은 6.16%의 SM엔터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SM엔터 측도 이번 주총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SM엔터는 “주주들의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인지 크기를 실감하고 있다”며 “주총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신규 감사도 이제 막 합류했기 때문에 현재 구체적인 개선안이 나온 바는 없고, 앞으로 회사 발전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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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주총 결과를 주목하고 있는 건 SM엔터뿐이 아니다. ‘개미의 승리’를 계기로 엔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는 분위기다.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면서 거수기에 그쳤던 주총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는 점을 목격했다. 물론 각 엔터사마다 시장의 ‘평판’은 다르지만, 전반적인 엔터업계를 향한 투자업계의 시각이 통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상 이번 결과를 계기로 주주들이 ‘어디까지 바꿀 수 있나’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 이번에 SM엔터에 주주제안을 한 얼라인 측도 향후 SM엔터의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을 위해 더 많은 계획들을 세워 갈 전망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투자자들이 SM엔터에 등을 돌린 것도 과거부터 투자자들이 쌓인 게 많아서”라며 “다수의 주요 운용사들이 SM엔터 지분을 들고 있는데, 이번 주총을 계기로 여러 가능성들을 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국내 최대 엔터사인 하이브는 시장 내 ‘우군 찾기’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엔터 산업이 커진만큼 시장과의 교류, 시장 대응이 중요해지면서다. 엔터사의 미흡한 시장 대응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SM엔터는 표대결이 예고되자 앞서 2월24일 주총 소집 결의 이후 3월16일 주주총회 안건 중 유상증자 한도 확대안을 추가했지만, 주주들의 우려를 이유로 이후 철회했다. 이러한 SM엔터의 대응에 일부 투자자들은 "우리라면 저런 전략을 쓰지 않을텐데"라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주총 등에서도 엔터사들의 "이런 주총은 처음이라” 식의 미흡함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교적 ‘신참’ 상장사인 하이브도 과거 주총에서 일부 격앙된 주주들이 경영진이 있는 단상위에 올라가려 하는 등 소란이 일어났던 해프닝도 전해진다.
소비자, 즉 팬덤 내의 반응도 더욱 민감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난해 하이브가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 계획 발표를 한 뒤 ‘지나친 상품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고,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회사 측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브 측이 발표한 NFT 사업 계획에 대한 팬덤 반발이 생각보다 크다보니 전략 수정을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이브 측은 지난해 언론 등 시장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애플식 경영’(참고 기사 : 소통 줄이기가 애플식 경영?…데뷔 2년만에 귀 닫는 하이브)을 하겠다고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회사의 방침이 논란이 된 이후 여론이 악화하자 박지원 CEO 등 경영진이 미디어 대응 방식 변화를 촉구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하이브는 ‘언론 대응팀’을 꾸리고 있는데, 기자 출신 영입도 진행됐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BTS(방탄소년단) 콘서트에는 대규모 국내 취재진을 대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