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됐던 비교기업군 위주로만 정정…공모가 밴드는 그대로
'국내 유일 앱마켓' 표현도 수정…PSR 활용에 따른 투자위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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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 공모를 진행 중인 원스토어가 공모가 산정에 적용한 비교기업군을 변경했다. 국내 주요 기관들이 '과도한 공모가'를 문제삼으면서다. 당초 원스토어는 애플과 구글(알파벳)을 공모가 비교기업으로 기재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비교기업군만 바뀌었을 뿐, 정작 중요한 공모희망가 밴드엔 변화가 없었다. 이 밖에는 '국내 유일의 앱마켓'에서 '국내 앱마켓'으로 표현이 바뀐 것 정도다.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며 거래 흥행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원스토어는 2016년 6월 국내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가 함께 만든 앱마켓이다. '구글과 애플에 대한 대항'이 설립 목적이었다. 최근까지 구글은 자사 앱마켓을 통한 인앱결제 의무화를 강행하는 방식을 통해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반기를 들고 있다. 해당 법률은 구글, 애플 등 앱 장터 사업자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이번 상장에서 원스토어가 스스로를 '글로벌 앱마켓 플랫폼'으로 정의하면서 불거졌다. 원스토어는 피어그룹으로 각각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스토어를 운영하는 애플과 알파벳을 포함시켰다. 투자업계에서는 '글로벌 플랫폼의 수수료 수취 방식에 반기를 들고 등장한 원스토어가 이들을 피어그룹에 포함시켜도 되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거래소 또한 원스토어의 피어그룹을 두고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선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딜'이라는 평도 나온다. '토종앱'으로서 사업정당성 면에서는 의미하는 바가 많은 까닭에 일부 투자자들은 원스토어에 관심을 보였다. 대상 시장 자체가 국내에 한정되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중국처럼 글로벌 앱마켓의 독점에 대항할 앱마켓 기업을 육성할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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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증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걸림돌이다. 기관들은 전보다 현실적으로 투자 유인을 평가하고 있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트래픽과 거래액(GMV)를 늘리기 위해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적자 폭이 커졌다. 기관들은 적자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면서도 '장만 좋았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평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규모도 꽤 큰데 지난해 판매촉진비가 크게 늘면서 이익도 안 난 기업이라 공모가가 다소 비싸게 느껴진다"라며 "최근 IPO 시장은 '돈을 못 벌면 상장 못한다'라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원스토어는 최근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비교기업 구성 변화, 주가매출비율(PSR) 방식 활용에 대한 위험 설명 추가, '국내 유일의 앱마켓'이라는 표현을 '국내 앱마켓'으로 수정한 것 등이 주요 변동 내용이다.
원스토어는 신고서를 정정하며 카카오, 애플, 알파벳 등이었던 비교기업을 텐센트,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으로 바꿨다. 당초 텐센트와 네이버는 PSR 멀티플의 최소값 및 최대값에 못미친다는 사유로 제외됐지만 다시 포함됐다.
다만 공모희망가 밴드(3만4300~ 4만1700원)는 유지했다. 피어그룹 변화에 따라 소폭 상승한 주당 평가가액에 다소 높인 할인율 28.9%~41.5%(기존 26%~39.1%)가량을 적용하면서다.
'국내 유일의 앱마켓'이라는 소개도 지웠다. 삼성 갤럭시스토어도 포함시키면서 스스로를 '국내 앱마켓'으로만 소개했다. '국내 앱마켓 경쟁 심화 위험' 부분에도 '글로벌 앱마켓 시장 점유율' 그래프를 추가, 주석을 통해 국내 앱마켓에 원스토어만 포함되는 것이 아님을 설명했다.
또한 회사명, 사업형태, 세부사항만을 기재했던 타법인출자 현황도 '출자목적', 장부가액, 지분율, 재무현황 등을 추가 기재한 표를 통해 공개했다. 또한 SK㈜, 11번가, SK플래닛 SK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 관련 내역을 상세히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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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산정방식으로 PSR 활용에 따른 위험요소에 대해 설명한 부분도 눈에 띈다. 원스토어는 "당사의 손실이 단기적 또는 일회적이 아니며, 정상화된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동 평가방식(PSR)은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추가로 기재했다.
글로벌 앱마켓에 대항하는 등의 사업적 정당성이 충분함에도 불구,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다소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선 '상장 후 주가는 볼 것 없고 상장만 하면 된다'라는 기조가 깔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증시 분위기도 이같은 냉소적 평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는 상장예비심사(이하 예심) 당시에도 비교기업군 등을 이유로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평이 많았다"라며 "증시에 안착하는 것 자체에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이사의 명운이 달려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내부적으로 간절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