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효력 발생까지 귀추 주목
FI·SK스퀘어 자회사 상장 맞물린 '고차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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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의 두 자회사 원스토어와 SK쉴더스가 불과 3일 차이로 공모 청약에 나선 데 따라 증권가의 시선이 모인다. 통상 계열사끼리는 공모물량 ‘나눠먹기’를 피하기 위해 상장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와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의 전례를 감안할 때 두 자회사가 모두 최초 일정대로 공모를 진행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SK쉴더스의 경우엔 해외 투자유치를 위해 135일 안에 납입을 마쳐야 하는 만큼 다소 일정이 빠듯하다는 지적이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최근 정정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공모청약일을 기존 5월2일에서 같은 달 12일로 바꿔 잡았다. 증권신고서 효력일 역시 5월7일로 다소 일정이 밀렸다. SK쉴더스는 5월9일부터 이틀 동안 기관 및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제출한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 예정일은 오는 22일이다.
SK스퀘어 자회사인 원스토어와 SK쉴더스가 불과 며칠 간격으로 공모청약 일정을 잡은 셈이다. 작년 SK스퀘어로 사명을 바꾼 SK텔레콤은 이전부터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순차적인 자회사 상장을 예고해왔다. 당초 원스토어와 SK쉴더스 역시 각각 작년 말, 올해 상반기로 상장 일정을 계획해왔다. 다만 예년과 달리 다소 깐깐해진 심사 분위기에 원스토어 심사 승인이 미뤄졌고, 이 때문에 SK쉴더스와 비슷한 시기에 상장 작업을 진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SK스퀘어 산하의 두 자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공모청약을 진행하게 된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원스토어가 당초 잡아뒀던 공모청약일 역시 5월2일로, SK쉴더스 일정과 불과 일주일 차이다. 공모주 시장이 다소 위축된 상황에서, 굳이 ‘한 집 식구’끼리 경쟁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공모주 수요예측 및 청약은 ‘타이밍’ 싸움으로 불린다. 어떤 공모주와 맞붙느냐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리는 사례가 종종 나오는 탓이다. 이 때문에 통상 계열사끼리는 최소 수 개월 정도는 일정 간격을 띄운다. 작년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가 비슷한 시기에 상장을 강행했을 당시 ‘카카오 내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원스토어와 SK쉴더스가 단번에, 동시에 금융 당국의 심사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각각 7월26~27일, 8월4~5일로 공모 청약 일정을 제시하며 일주일 간격으로 상장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금감원에서 카카오페이의 증권신고서 효력 발생을 뒤로 미뤘다. 이로 인해 카카오페이는 3개월이 지난 10월말에야 청약을 완료할 수 있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일정 연기 배경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외에 '카카오뱅크와 일정이 겹치는 데 대해 금융당국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전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SK그룹 계열사 상장에서도 금감원이 신고서 효력 발생 일정 조정을 통해 일정 조절에 나설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원스토어는 지난 14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비교회사를 기존 애플과 카카오, 알파벳에서 텐센트, 카카오, 네이버, 넥슨으로 변경했다. 글로벌 최대 플랫폼기업인 알파벳이나 애플을 비교회사로 꼽은 것을 두고 나온 투자금융업계의 비판적인 시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자회사 상장을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서 동시 진행을 택한 SK그룹의 판단을 탓할 수만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SK쉴더스의 경우 해외 IR(투자설명회)이 잡혀있어 ‘135일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35일룰이란 해외투자자에 제공하는 증권신고서 내 재무제표 작성일의 유효시간을 135일로 정해둔 규칙을 의미한다. SK쉴더스의 경우 작년 결산자료를 기준으로 신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5월 중순까지 납입을 마쳐한다. 청약 일정인 5월9일은 이를 감안할 때 나온 일정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심사 과정에서 정해진 일정과는 별개로 금감원 조사역이나 당국 내 분위기에 따라 일정이 밀리는 일은 다반사”라며 “그렇다고 효력 발생이 미뤄질 것을 감안해 IR 일정을 잡았다가 제 날짜에 통과가 되면 난감하다. 공모청약 날짜를 고심해서 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 자회사가 모두 재무적 투자자(FI)가 다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서둘러 상장을 추진한 배경으로 꼽는다. SK쉴더스는 맥쿼리PE가 설립한 블류시큐리티인베스트먼트가 지분 약 36.87%, 원스토어는 SKS-키움파이오니어사모투자합자회사가 지분 약 17.7%를 쥐고 있다. 원스토어와 SK쉴더스는 투자 유치 당시 각각 2022년, 2023년을 상장 기한으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증시 불확실성, 주춤해진 공모주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두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한다는 것은 SK스퀘어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기업설명회(IR) 및 수요예측을 통해 시장이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말했다.